요즘을 신용시대라고 부른다.

신용카드 하나면 어디에서든 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어떤 크레디트카드보다 현금이 환영받는다.

어느 어음이나 수표보다도 현금이 더 대접받는다.

그만큼 현금은 여전히 지급능력이 뛰어나다.

위력이 강하다.

때문에 현금은 주머니속으로 잘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온 현금은 쉽게 새나간다.

현금의 이런 속성을 잘아는 경영자라면 꼭 지켜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현금수지표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수지표는 실적표와 계획표로 나눌 수 있다.

이는 현금예산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다.

경리부에서 짜는 현금수지 계획표와는 별도로 사장이 직접 간단한 수지표를
짜는 것이 좋다.

수지표를 짜는 기간은 매출이 1백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이면 1주일단위로
짜는게 좋다.

그러나 1백억원이하라면 한달단위로 짜도 괜찮다.

현금수지표를 짜는 이유는 첫째 잔고의 불균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명색이 기업이라면서 잔고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아주 적은 금액까지
외상으로 결제하면 신용에 문제가 생긴다.

은행에 대한 신용도도 나빠진다.

둘째론 돈이 다른 곳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장이 현금수지 계획을 대충 파악하고 있으면 구매부서나 경리부서에서
현금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사원모두가 현금을 아끼는 습성을 가지게 된다.

현금을 아끼면 당연히 원가부담이 줄어든다.

셋째는 갑작스런 자금난을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일시적인 자금난은 계획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경리부서만 믿었다가 큰코다치는 일이 흔하다.

따라서 사장도 나름대로 자금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자금난에 휘말려들지
않는다.

그래야만 장기적인 자금예산도 정확하게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현금수지 계획표는 어떻게 짜야 하나.

일단 현금수지계획표는 4항목 현금수지표와 6항목 현금수지표 2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6항목 현금수지표는 약간 복잡하다.

그러나 4항목 현금수지표는 너무나 쉬워 누구든 만들어볼 수 있다.

4항목에선 현금흐름을 <>전월잔액 <>현금수입 <>현금지출 <>다음달이월
등으로 구분한다.

지난달에 남은 돈과 이달에 들어올 돈을 합한 뒤 이달에 나갈 돈을 빼면
당연히 이달의 잔고가 얼마인지 나온다.

다음달에 넘겨줄 돈이 얼마인지도 계산된다.

여기서 현금수입란에 해당되는 것은 꼭 현금과 수표만 계산해야 한다.

어음을 포함하면 안된다.

수입란에 포함되는 "현금"은 현금매출 외상회수금 할인어음 대출금 등이다.

지출엔 현금매입 외상금지출 어음결제 일반경비 대출금상환 등을 적는다.

6항목 현금수지표는 금융자금 대출항목과 금융자금상환항목을 별도로 더
두는 것이다.

현금수지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이를 계속 짜나가다보면 예상외의
효과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자기회사의 돈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갑자기 현금잔고가 낮아진다거나 경비가 늘어나는 경우 등을 파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계획도 여유있게 짤 수 있다.

경영자가 자금을 조달하는 일에 너무 지치면 마케팅에 힘을 쏟을 수 없다.

그러면 회사의 수익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현금수지표란 간단한 기법으로 자금흐름을 파악해보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