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의 화의신청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진로측이 부도유예협약 적용도중 채권단과 사전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화의를 신청하는 바람에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현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반드시 진로그룹이 원하는대로 화의절차가 진행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진로측이 내세운 화의조건에 선뜻 동의해줄 것 같지
않다.

6개 계열사 전체에 대한 화의동의여부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 일부은행들은 화의가 개시되면 진로측의 주식및 부동산을 가압류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어 진로처리문제는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실제 가압류가 이뤄질 경우 상호합의원칙아래 두차례나 부도유예조치를
해준 금융기관간 신뢰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담보가 없는 제2금융권의 반발은 불문가지다.

이에따라 은행감독원 등 관계당국은 부도유예협약과 화의법을 연결시키는
방안을 놓고 법률자문을 의뢰하는 등 부산을 떨고있으나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의동의여부=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진로측이 제시한 화의조건에 부정적
이다.

채권에 대한 "2년거치 5년균등분할상환" 조건은 채권단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 7월말 부도유예협약을 추가적용하면서 계열사별로 우대금리등
지원조건을 마련해둔 상태인 만큼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채권단은 일단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떨어지는 시점에 화의동의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중 진로측과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화의신청대상=채권단의 의견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주)진로만 화의를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두세개 계열사를
포함시켜도 괜찮다는 쪽도 있다.

경우에 따라 6개계열사 모두를 신청해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반대로 전계열사를 법정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기관들은 이에따라 저마다 화의신청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고 있지만
은행간, 은행과 제2금융권간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보조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금명간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진로그룹의 명운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가압류문제=현행 부도유예협약에는 가압류가 금지돼있는 반면 화의법은
가압류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금융기관들은 화의개시와 동시에 진로그룹 재산에 대한
가압류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채권회수가 극히 불투명한 상태인 만큼 경쟁적으로 가압류를
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내년 3월께로 예정된 법원의 화의인부결정에 앞서 채권단간
신뢰는 일찌감치 사라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금융기관들
은 화의에 동의해 주지 않을게 분명하다.

<>부도유예협약 적용여부=은감원의 김상훈 부원장보는 "긴급자금지원분에
대한 우선변제등 채권단간 문제는 협약을 따르고 화의에 따라 달라지는
채권행사유예조건은 기존 협약을 대체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과 화의법을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부은행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화의는 법률에 의한 제도인 반면 부도유예협약은 금융기관간 자율협약이므로
당연히 화의의 효력이 협약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은감원내 일부 실무자들도 이같은 주장에 찬동하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