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가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정치와 경제 모두가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대선체제는 선거까지 6개월여 동안의 경제정책 기조에 엄청난 새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경제문제에 관한한 발언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경제관을 미리 점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당장의 경제현안들과 내년도 예산안등에는 이후보측의 새로운
철학과 방법들이 반영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기도 하다.

김영삼 후보 당시에는 이동통신 문제등 개별 사안에 대한 줄다리기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경제운용 전반에 걸쳐 갈등의 소지가 널려 있다.

과천 경제부처 주변에는 벌써부터 이회창 후보진영에서 어떤 요구사항들을
내놓을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시각은 이회창 후보의 경제 브레인인 서상목 전보건복지부 장관을
주목받게 하고 있다.

서 전장관은 신한국당 정책조정실장을 지낸바도 있어 기본적으로는 현
정부의 정책 기본이념을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후보 자신이 그동안 신한국당의 대표를 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은 쉽게 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정작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선거과정에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8월초까지 작업이 끝나게 되어 있는 내년도 예산안은 특히 이후보측과
정부간에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정권의 재창출이 긴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후보측이
문제를 제기해 올때 이를 경청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다.

재경원은 "5% 증액"으로 짜놓은 사실상의 동결 예산에 대해 이후보와
당에서 강력한 이의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측에서 예산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해올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예산 작성 종료 싯점을 8월말로 늦추어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제도등 금융개혁도 새삼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정부안 자체에 대한 견해차들이 적지 않은데다 대선을 치러내야 하는
이후보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를 굳이 강경하게 밀어부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아그룹과 진로그룹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 부도방지 협약의 존속 여부,
한보철강 매각 일정, 정부의 대기업 정책등에도 이후보측이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자동차에 대한 해법,한보철강 3자 인수 여부등은 특히나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로서도 이후보의 요구사항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업들의 운명은 이후보의 철학에 따라 상당한 희비의 교차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대기업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정부는 대기업들의 기조실을 없애고 재무구조 개선을 서두르는등
강경한 대재벌 정책을 써왔다.

정권 후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강경한 대책에 얼마나 무게가 실릴
것인지도 의문인 터였다.

이와 관련 강경식 경제팀의 컬러는 새후보의 탄생과 함께 상당부분 탈색
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운용 과정에서의 부작용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논리가 경제분야에 관철될 경우 이는 김영삼 정권의 남은 6개월여를
허송케할 가능성이 있다.

뒤늦게 시작한 노동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의 3대 개혁과제는 산업의 구조
조정등과 함께 내년으로 이월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기업들 역시 최고 경영자들이 정치 바람에 휩쓸려 들 경우 장단기 투자
활동등에서 허송세월할 가능성이 있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정치와 경제의 조화에 대해 어떤 철학을
보여줄지 관심을 끄는 순간이다.

(정규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