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에 이어 삼미특수강이 부도처리되면서 "다음 순서는 누구냐"는데 전체
금융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의 명단을 작성해 자금 회수에
나서 있고 채권자 투자자들도 관련정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특히 한보사건 이후 은행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어 기업들도 초비상
상황에 돌입하고 있다.

19일에는 정지태 상업은행장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부도를 낼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현재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없는 곳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전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유시열 제일은행장 역시 "부도를 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보다는 은행의 건전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혀 종전과는 크게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이들 두 은행장의 발언은 물론 원칙의 강조라는 면도 있지만 그동안 대규모
여신의 경우 은행들이 채무 기업들에 무한정 끌려다녔던 관행을 생각하면
엄청난 입장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삼미 그룹이 부도가 나기 전에 법정관리로 바로 가게 된 것도
은행들의 이같은 입장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
로서는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는 30대 재벌급 기업만도 3~4개 이상이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중견 그룹들의 자금난을 경계하는 리스트가 나도는 등 한보 사건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금융권엔 또 한차례 찬바람이 몰아 닥치고 있다.

<오광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