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네바모터쇼에 처음 참가한 것이 꼭 20년전인 77년입니다.
전시장에 현대라는 이름을 내걸고 포니 2대를 전시했지요.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모터쇼에서 만난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한국이란 나라도 생소한데 "현대"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업체가 고유모델을
만들어 제네바의 문을 두드린지 고작 20년.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현대를 포함한 기아 대우 쌍용은 이제 제네바모터쇼
의 주요 전시업체가 돼있다.

게다가 이번 전시회는 국내업체에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오로지 승용차에만 주력해 오던 전시패턴이 이제 MPV와 컨버터블 쿠페 등
다양한 차종으로 옮겨가기 시작해서다.

현대자동차가 그렇다.

현대는 이번 모터쇼에 18대의 차량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현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차종은 H-1(수출명 스타렉스)과
티뷰론튜닝카.

H-1은 현대의 첫 MPV다.

승용차 아니면 상용차였던 현대의 이미지에 새로운 개념을 더한 모터쇼다.

스위스의 튜닝전문업체인 린스피드가 튜닝을 맡은 보라색의 티뷰론은
2천대만이 생산돼 해외에 1천5백대, 국내에 5백대만을 한정 판매할 차량이다.

현대자동차의 창사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스페셜 에디션(특별 사양 차량)
이다.

기아자동차도 여전히 유럽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티지와 클라루스를
전시, 핵심차량으로 잡았고 쌍용자동차는 무쏘의 쇼트보디격인 신형 코란도
를 출품, 인기를 모았다.

대우자동차도 틈새시장에 맞춰 라노스 컨버터블 모델인 라노스카브리올레를
선보였으며 내년 시판될 대형승용차 "A-100"의 컨셉트인 쉬라츠를 공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