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 아르마니, 지아니 베르사치, 샤넬, DKNY..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최고급 옷.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쟈켓 한벌에 4백~5백달러(약 35만-43만원)하는 비싼 값이라 월급쟁이로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런 심리를 이용한 신종비즈니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가 브랜드 의류를 정상가의 20~50%에 파는 "고급 헌옷" 가게가 바로 그
주인공.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의 첨단패션 거리 뉴베리 스트리트에 위치한
"세컨드타임 어라운드".

엠포리오 아르마니, 버버리등 최고급 브랜드 매장과 문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아한 패션가게다.

실내장식이나 진열된 옷들도 초호화판이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 진열된 옷들은 중고품.

색상, 디자인등이 구입자 취향에 맞지 않아 새옷 그대로 시장에 되팔려
나온 제품이나 기껏해야 한두번 입어본 옷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흠" 때문에 가격은 파격적으로 싸다.

한벌에 1천1백45달러(약 97만원)짜리 "아르마니" 수트는 5백95달러(약
50만원), 1천달러(약 85만원)짜리 "에스카다" 스웨터와 니트 스커트가
한벌에 2백48달러(21만원)에 불과하다.

이들 고급 헌옷들은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가고 있다.

스물네평 남짓한 이 상점의 지난해 매출은 57만5천달러(4억9천만원).

전미 소매점포중 매출성적 상위 5%에 드는 놀라운 성적이다.

평당 매출액을 계산하면 무려 2만4천달러(2천만원).

비슷한 규모의 옷가게 평균매출을 3배이상 웃도는 수치다.

마진도 후하다.

우선 의류공급업자에 총매출의 절반(28만8천달러)을 지불하고 임대료
(6만1천2백달러)와 정식 직원 3명, 시간제 근로자 2명의 월급(7만8천달러)등
제반경비를 제하면 순익은 15만달러(약 1억3천만원).

꽤 짭짤한 장사다.

이 상점을 운영하는 제프리 캐슬러 사장(33)은 이런 호조의 여세를 몰아
최근 하버드대학가에 2호점을 열었다.

현재 3호점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예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 팬실베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지역에는 요즘 별난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요란한 록음악이 울리는 버스를 타고 인근 지역의 헌옷가게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는 "중고의류 쇼핑투어"다.

어디에 있는 가게에서 뭘 사면 좋은지 등을 안내해 주는 가이드도 따라
붙는다.

이 지역에서 헌옷가게의 인기는 그만큼 폭발적이다.

어번아웃피터사는 중고의류를 대량으로 사다가 "새옷"으로 단장해 팔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무역회사인 그로비즈인터네셔널사는 일찌감치
중고의류업의 가능성을 알아채고 프랜차이스 사업을 벌였다.

현재 직영점 19개와 프랜차이즈점 1천개를 갖고 있으며 올해안에 2백50개점
을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지난해 전미 중고의류 소매연합의 회원상점수는 12%나
늘어나 현재 1천여개를 헤아리고 있다.

경제침체기에나 어울릴법한 "중고의류업"이 미 호황속에 번성하는 이유는
뭘까.

의류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다비도위츠&어소시에이츠사의 하워드
다비도위츠회장의 해석은 이렇다.

"연봉 4만2천달러(3천6백만원)의 수입이면서도 한벌에 1천달러를 넘는
아르마니 수트를 사고 싶은 인지상정이 바로 중고의류업 급성장의 엔진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