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혁신 및 역동성을 촉진·확산시키겠다는 ‘디지털 뉴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그린 뉴딜’, 고용·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안전망 강화’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국비 114조원)을 투입해 190만 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범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경제부흥 계획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 코로나 충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미·중 간 갈등 확산으로 대내외 환경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거창한 구호와 선언적 계획들이 나열돼 있지만 상당부분은 이미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을 재탕삼탕하고 짜깁기한 것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AI(인공지능)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디지털 뉴딜부터 그렇다. 그린 뉴딜은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던 녹색성장 정책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코로나로 필요성이 입증된 원격의료는 쏙 빼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마중물과 기업의 주도적 역할을 결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규제완화 계획은 없다. 오히려 거대 여당이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반기업 입법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 정부가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는 규제개선을 하겠다고 하니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기존 정책과 상충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그린 뉴딜은 ‘탈(脫)원전’과 배치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을 상대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업과 일자리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지만 고용시장 불안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초래한 부분도 크다.

시급한 것은 보여주기식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입지 등 구체적인 규제부터 푸는 것이다. 거대 노조에 의해 왜곡된 노동시장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노동개혁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각론이 빠진 뉴딜(New deal)은 자칫 ‘노딜(No deal)’에 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