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가사노동의 부담을 대폭 줄여줬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다. 1940년대 미국 농촌전력화사업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908년 전기세탁기가 도입된 뒤 17㎏ 분량의 빨래를 세탁하는 시간이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었다.

로마 교황청이 펴내는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그래서 ‘20세기 여성 해방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세탁기’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세탁기 이후 최고의 가사 혁신"… 1위 '대리주부' 회원 100만명 넘어
20세기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준 가장 큰 혁신이 세탁기였다면 21세기엔 O2O(온·오프라인 연계) 홈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2013년 국내 경제활동 여성 비율이 50%를 넘어선 시점과 맞물려 청소 세탁 등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O2O 서비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리주부 미소 홈마스터 당신의집사 아내의휴일 등 출장 가사도우미를 연결해주는 O2O 업체는 수십 곳에 이른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주문하면 세탁물을 수거해 세탁한 뒤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다.

세탁기·에어컨 청소, 반려동물 돌봄까지

국내 1위 O2O 홈 서비스 업체는 대리주부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안드로이드 기준)을 돌파했다.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누적 거래액은 530억원이다. 등록된 매니저(가사도우미)도 3000여 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은 2008년 인터파크 사내벤처로 시작해 2014년 분사했다.

대리주부에 이어 배달음식 앱 요기요 창업 멤버인 빅터 칭 대표가 설립한 미소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소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만 건이다. 이 밖에 홈마스터 당신의집사 아내의휴일 와홈 청소연구소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사장은 “청소가 필요할 때마다 매니저를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주부와 미소의 경우 약 82㎡ 기준으로 4시간 청소 서비스를 1회 이용하는 금액은 4만~5만원대다. 이 부사장은 “O2O 홈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매칭 시스템”이라고 했다. 가사도우미와 이용자의 시간과 거리, 가격 등을 고려해 잘 연결해주는 것이 포인트란 얘기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신뢰도도 중요하다. 낯선 누군가가 집안에 들어와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부 O2O 홈 서비스 업체는 가사도우미의 프로필과 후기 등을 제공한다. 홈마스터 당신의집사 와홈 등은 서비스 질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가사도우미 교육도 한다. 이웅희 와홈 대표는 “청소업도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란 인식을 심어주고, 화장실부터 베란다까지 각 공간에 맞는 체계적인 청소 방법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초기에 청소 빨래 등 가사도우미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에 주력하던 업체들은 서비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리주부는 산후조리·육아 도우미, 반려동물 돌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사청소는 물론 세탁기 에어컨 등 전문 청소 서비스까지 한다. 미소도 이사청소 서비스를 판매한다. 판매채널 역시 확장하고 있다. 대리주부와 미소는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입점했다.

오픈마켓 입점… VC 투자도 활발

세탁 서비스만 전문적으로 하는 O2O 업체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세탁특공대다. 이용자가 편한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세탁물을 맡기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앱을 통해 주문하면 직원이 30분 내로 출동해 세탁물을 수거한다. 수거한 세탁물은 전문 세탁소에서 세탁한 뒤 다시 문 앞까지 가져다준다. 서비스 지역은 서울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성동구 일부 지역(옥수동 금호동), 위례신도시 등이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의 예상욱 대표는 “균일한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 지역을 동 단위로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2015년 3월 창업 이후 누적 주문 건수는 43만 건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억원이다.

리화이트는 동네 세탁소, 편의점과 연계한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업체다. GS25 편의점에서 세탁물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크린바스켓 워시온 세탁의신 등의 세탁물 수거 서비스가 지역별로 등장했다.

O2O 홈 서비스 시장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주요 이용자층인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오프라인 용역업체 서비스와 인터넷 기반 서비스 시장도 모바일로 흡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벤처캐피털(VC) 투자도 활발하다. 김보영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은 “맞벌이 및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일상생활 속 다양한 일을 아웃소싱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O2O 시장의 핵심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확대, 서비스 전문화와 맞물려 가사도우미의 근로환경 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서비스가 전문화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대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봉재 부사장은 “지금은 특수고용직인 가사도우미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입법안이 발의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대우와 함께 서비스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만/이우상/전설리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