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은 지난 12일 5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다. 발행금리는 연 3.875%로, 1년 전 같은 조건으로 발행했을 때보다 1.250%포인트 높아졌다.

발전·전력 공기업들에 ‘차입금리 비상’이 걸렸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신규 투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들 공기업의 원가 상승 압력이 전기요금 인상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투자 늘리던 발전사 '초비상'
◆채권 발행금리 급등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 24기를 독점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5일 2000억원 규모의 20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2.844%로, 3%에 육박했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700억원어치 회사채(3년 만기)를 발행했을 때도 작년 9월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 국내 전력의 송배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력의 채권 발행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 2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5년물 금리는 2.680%로, 작년 6월(2.025%) 대비 0.655%포인트 올랐다.

채권 발행금리가 이처럼 뛰는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려야 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행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한수원은 올 상반기에만 1조1000억원 넘는 채권 투자자를 모집했다. 작년 같은 기간(3000억원)의 4배 가까이 된다. 다음달에는 수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채권을 추가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말 이후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던 한국남동발전은 3년5개월 만인 올해 4월 네 차례에 걸쳐 총 3000억원을 조달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작년보다 약 5000억원 많은 3조38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발전·전력 공기업의 부채비율도 덩달아 급등세다.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은 지난 3월 기준 각각 150%를 넘어섰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신재생 사업 투자비 등이 부족해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리고 있다”며 “현재 90% 수준인 부채비율이 2022년 17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쌓이는 전기료 인상 요인

발전·전력 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수년간 매년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한전은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적자만 5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이다. 한수원 영업이익 역시 예년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저 전력인 원전이 ‘예방점검’ 등의 명목으로 장기간 멈춰 있었던 탓이다.

공기업 재무구조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탈원전·탈석탄을 추진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투자 부담까지 떠넘기고 있어서다. 발전회사들은 지난달부터 일제히 조직을 개편해 ‘신재생 투자처’를 신설했다. 발전 단가가 원자력 대비 3배 이상 높은 태양광 등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은 또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총량을 17억8000만t으로 정하고 이 중 3%를 유상(有償) 할당하기로 했다. 발전사가 대부분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추가 부담만 3년간 5000억원에 달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