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회의 참석하는 조명균·김현종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 복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무회의 참석하는 조명균·김현종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 복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해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통상 마찰이 한·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통상 마찰이 북핵 대응을 둘러싼 안보 현안, 한·미 동맹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한·미 동맹 흔들림 없다”

"안보와 통상이 어떻게 별개냐… 트럼프식 성동격서에 맞춤전략 짜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문 대통령의 전날 강경 발언과 관련해 “안보는 튼튼한 한·미 간 동맹 바탕 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되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통상 문제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안보·통상 분리 대응’ 원칙은 남북 간, 북·미 간 관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확실히 반전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북·미 간, 남북 간 대화 및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확실히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해서 그 부분은 흔들림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문 대통령의 안보·통상 분리 발언에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이해하고 양국 간 그 정도의 신뢰는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무역적자 축소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무역 전쟁의 최종 목표를 중국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여러 형태로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맞춤형’ 통상 전략 세워야”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올 들어 남북 대화 움직임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미 간 미묘한 갈등이 통상 분야에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교 전문가는 “통상과 안보, 외교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하나로 굴러가는 순환 구조”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남북관계를 두고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성동격서 격으로 통상 분야를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상 분야 전문가는 “그동안 평창올림픽 때문에 통상 이슈가 묻혔는데 미국이 벼르고 있다가 작정하고 확 질러온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압박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의 재설정과 새로운 통상 분야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한국에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데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안보 경제 통상 분야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대미 채널이 원활하지 않아 보이고, 통상 분야도 시스템 없이 ‘원맨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며 “특히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면 한·미 간 공감대를 쌓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양국 간 정책 라인을 다시 설정하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매우 현실적으로, 게임에서 이기겠다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려면 통상 문제를 계속 문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양국 간 동맹관계니 어떻게든 잘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트럼프 전략에 대응해 새로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채연/조미현/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