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무차별 수사받는 금융사들
금융계가 검찰·경찰의 무차별 수사로 진통을 앓고 있다. 정권이 바뀐 이후 금융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면서 진흙탕이 돼가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올해 검경 수사를 받은 금융회사는 여섯 곳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을 포함하면 일곱 곳이다. 지난 4월 검찰이 주가조작 혐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을 구속 기소한 게 시발탄이 됐다. 이후 정권 교체 직후엔 주춤하다 9월 들어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9월에는 채용비리와 연루됐다는 이유로 금융회사들이 대거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 금감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가 적발돼 9월 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청탁 의혹을 받은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와중에 박인규 DGB금융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입건돼 두 차례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전방위 수사는 계속됐다. 경찰은 지난달 3일 국민은행을 압수수색했다. 9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노동조합 설문에 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노조 측이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일에도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2차 압수수색을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7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해 신입행원 공채 때 금감원과 국가정보원, 우리은행 VIP 고객 및 전·현직 임원들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혐의를 받아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번 논란에 책임을 지고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5일 전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검경 수사의 다음 칼끝은 하나금융으로 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는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는 인사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경영진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하나금융 계열사 노조가 공식적으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계 분위기는 갈수록 어수선해지고 있다.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일각에선 전 정부 시절 임명된 금융계 인사를 대거 물갈이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선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주요 금융사 CEO가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며 “무슨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