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이 개원 허가를 앞두고 좌초 위기에 처했다. 국제병원 운영에 참여할 수 없는 국내 의료기관이 규정을 어기고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제주도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등이 세울 수 있도록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설립 근거가 마련됐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혔다.
시민단체 '떼법'에 첫 국제병원 좌초 위기
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녹지국제병원 운영에 국내 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특례 등 조례에 위배된다”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100% 지분(778억원)을 투자한 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년 전 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에 제출한 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제주도 조례에 따라 도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최종 허가 절차만 남아 있다.

시민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면 의료 영리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개원할 것으로 예상되던 녹지국제병원 개원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날 시민단체들이 병원 개원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원 허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민단체들은 복지부 등에 승인 철회를 요청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로까지 논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를 검토했지만 국내 법인이 참여한다는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