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회사 BYC의 백양 메리야스는 한때 ‘국민 내의’로 불렸다. 출근하는 아버지들은 셔츠 안에 새하얀 백양 메리야스 내의를 입었다. 그러나 그 ‘명성’ 때문에 젊은 층에 외면받고, 유니클로 등 수입 브랜드 공세에도 시달렸다. 2012년 사상 최대 매출을 낸 뒤엔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전성기 때 근접하는 21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능성 속옷 ‘보디 드라이’ ‘보디 히트’를 젊은 층 사이에서 히트시키고 클럽 파티 등을 열며 ‘아저씨 속옷’이라는 옛날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백양 메리야스 BYC, 회춘의 비밀은
◆클럽 파티 여는 속옷 회사

BYC는 지난해 매출 2118억원, 영업이익 161억원, 순이익 175억원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낸 2012년(2169억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품질만큼은 자신있었지만 수입 브랜드에 밀려 젊은 층으로부터 소외당하던 BYC는 브랜드 혁신에서 답을 찾았다. 기능성 의류를 젊은 층에 적극 알렸다. 매년 수능생 응원 캠페인을 열고, 광고모델들이 중·고등학교에 찾아가 공연과 사인회를 진행했다.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클럽 옥타곤에서 보디 드라이 브랜드 파티를 여는가 하면 대학생 서포터스도 운영했다. 작년엔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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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왔다. 2014년 출시한 보디 드라이는 매년 65%씩 매출이 올랐다. 입으면 시원해지면서 땀 등 수분을 빨리 말려주는 보디 드라이는 ‘교복 안에 입는 기능성 속옷’이자 ‘여름에 꼭 입어야 하는 에티켓 의류’로 입소문이 났다. 2010년 내놓은 보디 히트는 지난해까지 총 210만장이 팔려나갔다. 기능성 의류 판매가 늘면서 기존 BYC 제품 매출도 증가했다. ‘쎌핑크’ ‘르송’ ‘스콜피오’ 등 다른 브랜드도 함께 성장했다. BYC 관계자는 “기능성 의류를 브랜드화하고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등 젊은 층에 다가간 점이 주효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보디 드라이 생산량을 50%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2015년 대규모 직영매장 ‘BYC마트’를 연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처럼 대형 매장을 열자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찾아왔다. 쾌적한 환경에서 속옷뿐 아니라 양말 홈웨어 래시가드 등의 스포츠웨어도 함께 구입했다. BYC마트는 현재 전국에 54곳 열었고 향후 200호점까지 낸다는 계획이다. BYC는 1700여개 거래처(종합 속옷판매사업자)도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 바탕 해외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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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백양 메리야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고품질 속옷의 대명사였다. 1946년 설립된 한흥메리야스는 1979년 지금은 사라진 백양메리야스 제품명을 따서 백양으로 사명을 바꿨다. 1996년엔 글로벌 사업을 위해 BYC로 변경했다. 가슴둘레를 기준으로 대·중·소 3단계였던 속옷 사이즈를 85부터 100까지 4단계로 세분화한 것은 BYC가 처음이었다. 아염소산소다로 표백하는 기술을 도입해 변색이 적고 내구성 높은 속옷을 처음 만든 것도 BYC였다. 유니클로의 히트텍이 나오기 훨씬 전인 2001년 일본에서 수입한 원사로 국내 최초의 발열내의를 내놓기도 했다.

BYC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일찌감치 나섰다. 1963년 미쓰비시상사와 계약해 일본에 진출했다. 1970년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1976년엔 1000만달러 수출액으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2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동에 진출한 이후 지난 20년간 BYC가 해외에 수출한 속옷은 총 5억6000만장에 달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