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60대 5대 리스크 덫에 걸리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통상 생각하는 60대는 유유자적하게 은퇴 생활을 즐기는 나이다. 그러나 노후준비를 꾸준히 해온 60대도 은퇴 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날 수 있다. 중대 질병 외에 이혼과 창업실패, 다 큰 자녀의 생활비 대기 등이 행복한 은퇴 생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26일 서울과 경기 및 6대 광역시에 사는 60대 남녀 581명을 설문조사해 60대가 빠질 가능성이 있는 5대 리스크를 정리했다. 예상보다 빠른 은퇴 후 닥칠 수 있는 황혼이혼, 창업실패, 성인자녀 부양, 중대질병, 금융사기 등이다. 황혼이혼과 중대질병 등은 60대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은퇴 후 창업실패 잦아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기대보다 빠르게 은퇴한 60대들이 섣불리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응답자를 50대까지 넓혀 총 201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균 59.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54세였다. 기대보다 5년 정도 일찍 은퇴하는 셈이다.

퇴직 사유는 회사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비자발적 퇴직’이 많았다. 퇴직금도 충분치 않았다. 응답자 중 53%의 퇴직급여가 1억원 미만이었다. 대부분이 노후를 위해 저축을 더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위한 창업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업 경험이 있는 60대 중 64%가 ‘휴업 혹은 폐업했다’고 답했다. 창업했다가 날린 투자금은 평균 7400만원이었다. 창업 실패로 5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이혼과 성인자녀 부양 등 ‘가족 리스크’

황혼이혼도 은퇴한 60대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설문에서 60대에 이혼할 경우 평균 1억2000만원의 재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재산분할과 위자료, 재판 비용 등이 노후자금에 큰 타격을 줬다. 황혼이혼 뒤 남은 재산은 대출금 6600만원을 포함해 9000만원 정도였다. 실질적인 순재산은 24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혼 후 생활비를 전보다 절반 이상 줄였다는 응답도 50%나 됐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측은 “은퇴 전까지 일을 계속해 노후자금을 모으더라도 이혼하면 한 번에 경제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60대는 이혼에 따른 비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퇴 후 계속 부양해야 하는 성인자녀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성인자녀와 함께 사는 60대 응답자 중 63%가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를 안 내는 것은 물론이고 용돈까지 부모에게서 받고 있다는 응답도 13%에 달했다. 또 성인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5300만원가량이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대질병과 금융사기도 부담

60대 은퇴자 10명 중 3명(29%)은 50대 이후 자신 혹은 가족이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3대 중대 질병에 걸린 경험이 있었다. 중대 질병에 쓰인 의료비는 ‘1000만~2000만원’이 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만~1000만원’ 22%, ‘500만원 미만’ 14% 등 순이었다. 이 비용에 간병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당한 60대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7.7%가 금융사기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1억원 이상 고액 피해가 전체 피해 사례의 32%나 됐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