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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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화두로 ‘기기 간 상호 연결성’이 떠오르고 있다. 네트워크 연계 기능이 모바일 기기에서 자동차·가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기기와 기기 간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들 간 대화도 사람 사이의 대화만큼이나 광범위해지고 중요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이 온라인화되는 소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확산되며 크기는 더 작고 성능은 더 좋은 반도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 분야 1위 업체 삼성전자에는 이 같은 변화가 여러모로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물꼬 튼 반도체 고효율화

스마트폰 고성능화 추세에 맞춰 반도체도 고효율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64비트 프로세서를 적용한 이후 애플도 64비트 프로세서를 적용하면서 모바일 연산장치(AP) 64비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64비트 AP인 ‘엑시노스 7420’을 갤럭시S6에 본격 채용한 뒤 후기작인 ‘엑시노스 8890’을 지난해 11월 공개했다.

‘엑시노스 8890’은 최첨단 14nm 핀펫(FinFET·3D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구현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공정기) 공정을 적용한 프리미엄급 2세대 모바일 SoC(System on Chip·여러 부품 기능을 하나의 집적회로로 통합해 시스템적 기능을 부여한 반도체 칩)이다. 모바일 AP와 최고 사양의 모뎀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에 삼성전자의 커스텀 코어(기존의 CPU 코어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를 자체적으로 변경한 코어)를 적용해 기존 1세대(엑시노스 7420)에 비해 성능은 30% 이상 높이면서도 소비 전력은 10%가량 절감했다. 이 제품은 ‘갤럭시S7’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과 혼용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속적인 미세공정 전환으로 원가를 아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D램에서는 현재 20nm 기반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고 낸드(NAND)에서는 3차원 구조화를 통한 3D 낸드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양수겸장’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회사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시대에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원칩화’를 통해 인텔 대신 반도체 플랫폼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PC 시대에 인텔이 CPU 칩셋으로 PC 플랫폼을 장악했듯이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삼성전자가 플랫폼 시장을 이끌 것이다. 이를 위해 메모리 부문에서는 ePoP(embedded Package on Package)로 DRAM과 NAND를 통합하고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Mod AP로 AP와 BP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TSV(Through Silicon Via)를 통해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Cover Story] 웨어러블·VR 시장 주도할 '원칩 반도체' 개발 속도 붙어
세트 부문에서는 갤럭시S6의 세련된 디자인을 계승하고 방수·방진 마이크로 SD카드 슬롯 추가 등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등 갤럭시S7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어S2’ ‘기어VR’ ‘360 VR’ 등 다양한 외부 기기로 웨어러블 시장 및 가상현실과 같은 신규 시장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플랫폼 장악에 한발 앞선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전방시장 수요 둔화로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줄어든 1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는 반도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2분기에는 과거처럼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갤럭시S7을 출시하며 신제품 효과로 실적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연간 실적 흐름은 상반기에 둔화한 이후 하반기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하반기에는 3D 낸드 시장이 본격화하면서 공고한 기술 우위를 앞세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무선사업부에서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폴더블 스마트폰처럼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한 폼펙터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세철 < NH투자증권 연구원 peter.lee@nhw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