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미리 보는 인재포럼] "로봇이 일자리 뺏는다는 건 과장…인재 수요 더 늘어날 것"
“로봇 개발은 인간과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로봇은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고령화 시대를 맞은 인류의 벗이 될 것입니다.”

데니스 홍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로봇 연구는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가설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가 나오자 정비소 주유소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며 “로봇의 등장은 파생되는 새로운 직업들을 창출하기 때문에 인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달 착륙 이후 최고 성과를 낸 과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로봇공학계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로봇계의 다빈치’로도 불린다. 그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자동차를 개발했다. 2009년에는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홍 교수는 교육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오는 11월3~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5’에 참석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로봇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로봇을 개발하는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인간을 이롭게 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사회를 이롭게 하고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2007년 시각장애인용 무인자동차를 개발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독립의 계기를 줄 수 있었던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손이 없는 사람을 위한 저가의 의족 의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사장에서 죽거나 다치는 인부들을 보고 만든 공사장 탐지 로봇도 ‘인간을 이롭게 할 기술’을 고민하다가 개발했습니다. 나는 로봇이 미래의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과학자가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일곱 살 때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 ‘C3P0’와 ‘R2D2’에 매료됐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커서 로봇 과학자가 될 거야”라고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로봇 과학자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그 꿈을 좇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고의 로봇 전문가가 되도록 한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내가 최고의 로봇 과학자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기존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로봇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지녔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상상력의 원천은 호기심과 질문을 허용한 부모님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지금도 스스로에게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내게 로봇 연구는 일이 아니라 취미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즐겁습니다. 실패할 때도 거기서 배워 다음 단계로 나아가죠. 한 가지 불만은 하루가 24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로봇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가져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장의 단순 노동은 자동화 기계로 대체됐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새로운 분야에서도 기계와 로봇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가져갈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할 수 없는, 로봇이 하기 힘든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로봇의 계산 능력이나 작업 속도를 인간이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인간은 로봇에는 없는 감성, 창의력, 비판적 사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더 키우는 인재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없던 좋은 직업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로봇 개발, 프로그래밍, 수리 등이 그것입니다.”

▷폭발사고가 났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직접 들어간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일본 정부가 저를 초청했을 때 목숨을 걸고 후쿠시마 원전 안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할 때 그 기술을 사용할 사람들과 환경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원전 사고 당시 처음 24시간 안에 밸브 하나만 열었더라도 이 같은 재난은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사능 때문에 아무도 이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로봇이 재난구조 로봇 ‘토르’입니다. 이런 기술들을 진짜 재난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 이공계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면 보통 하루에 약속이 4~5개 있습니다. TV에 출연하거나 강연하는 것도 한국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이공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인지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가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즉석 만남을 하기도 하는데, 최대 250명까지 모인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20~30대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습니까.

“한국의 젊은이들이 꿈이 없다고 고민한다는 소식을 많이 듣습니다. 저는 좁은 연구실에서 먹고 자고 매일 실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따분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것은 세상의 기준이 아닌 저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꿈이 있는 사람에게 실패는 그저 과정일 뿐입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 꿈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꿈의 소중함을 알면 노력은 수반됩니다. 꿈을 찾고, 꿈을 좇고, 그 꿈을 이루십시오.”

데니스 홍 교수 약력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출생 △서울고 졸업 △고려대 기계공학과 중퇴 △미국 위스콘신대 기계공학과 졸업 △퍼듀대 기계공학 박사 △2003~2013년 버지니아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 △현재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로멜라로봇연구소장)

이지훈 기자 lizi@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