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충격, 과거엔 일시적…이번엔 '김정은 리스크'로 예측불허
과거 북한 리스크(위험)는 국내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는 데 그쳤다.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과 연평도 포격(2010년), 김정일 사망(2011년) 등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짧은 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받다가 곧 제자리를 찾았다. 증권가에서는 “북한의 도발 기간은 국내 주식의 바겐세일 기간”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해선 “과거 북한 리스크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무리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 사태인 데다 ‘통제되지 않는 변수’로 평가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도발이기 때문이다.

○단기 충격에 그친 북한 악재

북한 리스크는 사건 당일을 포함해 하루 이틀 충격을 준 뒤 빠르게 회복되는 현상을 반복했다.

이번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과 비슷한 사례로 평가되는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23일) 때를 살펴보면, 코스피지수는 당일과 그 다음날 각각 15.40포인트(0.79%), 2.96포인트(0.15%) 떨어졌지만 3일째 되는 날 반등했다. 국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23~24일 19.17% 올랐지만 25일엔 소폭 떨어졌다.

가장 충격이 컸던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17일) 때도 사망 이후 첫 거래일인 12월19일 코스피지수가 63.03포인트(3.43%) 급락했지만 21일엔 사망 전보다 지수가 오히려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도 12월16일 달러당 1158원60전에서 19일 1174원80전까지 올랐다가 21일엔 1147원70전까지 하락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반복적인 긴장 조성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특성 때문에 일시적 위험보다 글로벌 환경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충격 커 ‘당혹’

21일 주식 채권 외환 등 주요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DMZ 포격 도발에 대해 “단기충격을 주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역외차익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일 종가와 비슷한 달러당 1185원대로 떨어지자 한 외환 트레이더는 “북한 포격 도발의 영향은 외환시장에 이미 다 반영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북한 리스크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전일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가 0.62% 하락하며 달러 약세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은 예상과 달리 상승세(원화 약세)로 출발해 3년11개월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195원에 마감했다. 환율 급등에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던지며 주가는 장중 한때 50포인트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융시장의 충격에 대해 “중국 증시의 폭락 등 중국 리스크와 신흥국 경제위기 우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첫 도발이어서 향후 대응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주는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 대외 경제 환경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시기에 북한 포격 사태까지 터져 국내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상하기 힘들어졌다”며 “기존 북한 리스크에 김정은이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더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