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크 파워' 원동력은 끈끈한 공동체 의식
유대인 기업가들은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그들이 강한 이유다. 유대인 기업가를 상대할 때는 그를 한 사람의 개인으로 보지 말고 유대인 기업가 그룹을 상대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유대인은 동족 간 협동심이 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유대인들이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계 곳곳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를 꾸미고 살아가면서도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종교의 힘이었다. 이에 기반한 그들의 디아스포라 수칙은 ‘모두가 한 형제’란 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종교 공동체이자 대가족 공동체였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안의 약자를 돌보는 게 의무이자 정의였다. 그래서 그들은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각자 능력껏 벌어 필요에 따라 나눠 쓰는 방식을 택했다. 버는 건 자본주의의 능력과 효율을 중시했고, 분배는 공산주의 방식을 택했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집단농장인 키부츠는 이런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보와 지혜를 나눠주는 오랜 관습

유대인들의 나눔 정신은 물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물질보다 더 강력한 지혜와 정보를 나눈다.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사회에 기부해야 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지혜를 공동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족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봉사하지 않는 것은 죄다. 동족을 위해 하는 기도는 의무다. 자신의 동료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구할 수 있는 자가 그와 같이 구하지 않으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 의식은 현대에도 변함없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민족 자체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생각

유대인들은 공동체뿐 아니라 민족 자체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생각한다.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에 모르는 유대인이 찾아오면 적어도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은 그를 자기 집 식사에 초대해야 한다. 그가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줘야 하는 게 그들의 오랜 관습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 지방의 사업을 잘 아는 사람들도 함께 초대한다. 그러면 어디서 왔더라도 어색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출장을 가면 꼭 그 지역 시너고그부터 찾는다.

유대인, 세계적 정보네트워크 구축

유대인은 사제가 없는 그들의 종교를 평신도들이 지키기 위해 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통해 모든 성인 남자들이 글을 깨우쳤다. 이 점은 시대를 초월한 엄청난 경쟁력이었다. 지식의 함양으로 연결돼 학자가 되고, 의사가 되며, 상인이 될 수 있는 재산이었다. 유대인은 뿔뿔이 흩어져 살다보니 공동체 간 편지 왕래를 통해 종교적 의문점을 물어보고 답했다. 이것이 발전해 편지로 상업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에 매우 능했다. 정보가 시장의 거래를 좌우했다. 유대인이 교역과 금융으로 성공한 이유다. 그들이 각국의 환시세를 꿰뚫고 특정 상품의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정보의 힘이었다.

주말에 정보 취합, 하루 먼저 시작

유대인에게는 독특하고도 유용한 관습이 있다. 안식일에는 절대 일을 하지 않지만 안식일이 끝나면 무섭게 일을 시작한다. 유대인의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독교의 주일보다 하루 이상 빠르다. 그들은 안식일이 끝나는 토요일 일몰시부터 일을 시작해 토요일 저녁에 그 주간의 일을 정리한다. 이를 토대로 일요일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한다. 그리고 이날 각국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인 디아스포라 간에 중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일요일 오후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디아스포라들로부터 모인 정보를 분석, 그 주간의 중요한 행동지침을 정한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일요일 저녁쯤에는 디아스포라 간에 서로 정해진 행동지침이나 정보를 교환한다. 월요일 아침에야 일을 시작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반 민족에 비해 매주 하루 이상을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유대인들이 일반 비즈니스맨보다 정보전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정보가 생명줄인 금융부문에서 유대인이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관습은 현재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보가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홍익희 < 배재대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9월2일부터 시작하는 ‘한경 블루CEO과정’에서 자세히 설명됩니다. ‘한경 블루CEO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경아카데미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