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온상' 바티칸銀 구조조정
교황청이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바티칸은행(공식명칭 종교사업기구·사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권한과 기능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비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교황청은 바티칸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발표되는 이번 주말께 구조조정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 방안에는 각종 비리 스캔들의 근원으로 지목돼 온 자산관리 기능 등을 새롭게 설립되는 기구에 넘기고, 바티칸은행은 본래의 역할인 대출 및 선교자금 지원에만 전념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조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 중인 바티칸은행 개혁의 일환이다. 1887년 설립된 바티칸은행은 바티칸의 자산 관리 및 운용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예금자 및 자금의 흐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바티칸은행이 마피아 자금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프린치스코 교황은 은행 개혁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1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의 재무자료를 공개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회계감사를 담당해 공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바티칸은행의 총자산은 약 49억8600만유로(2012년 말 기준)였고, 2012년 순이익은 8700만유로였다. 이 중 5470만유로는 교황청 운영에 사용됐다.

바티칸은행은 올 들어서도 비리 스캔들이 추가로 공개됐다. 지난 1월 은행 고위 인사가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교황의 자문그룹은 바티칸은행을 아예 없앨 것을 건의했지만 교황은 은행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에른스트 폰 프라이베르크 은행장 후임에는 자산운용사 인베스트코유럽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장 바티스트 드 프랑쉬가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