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일본의 SPA브랜드 GU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국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일본의 SPA브랜드 GU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국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990엔(약 9900원) 청바지’를 앞세운 초저가 전략으로 일본에서 급성장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지유(GU)’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GU는 ‘유니클로’를 만든 일본 의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이 차세대 SPA로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브랜드로, 국내 의류시장에 또 한번 가격 파괴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유니클로 반값…'9900원 청바지' GU 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GU의 한국 진출 방침을 확정짓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한 대형 의류업체의 상권분석 전문가는 “GU가 서울 명동의 유니클로 매장을 GU 매장으로 바꾸는 방안을 포함해 여러 상권을 ‘한국 1호점’ 후보지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점포 개장 시기는 이르면 연말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GU는 이 회사가 유니클로에서 쌓은 SPA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2006년 만든 브랜드다. GU는 ‘유니클로보다 더 싸게’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옷값이 대부분 500~1500엔(약 5000~1만5000원) 선이어서 3000엔(약 3만원) 정도만으로도 한 벌을 살 수 있다.

브랜드 출범 후 첫 2~3년간은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GU를 유명하게 만든 간판 상품은 2009년 상반기 선보인 ‘990엔 청바지’다. 연간 판매목표의 두 배를 웃도는 100만장을 판매했을 만큼 일본 내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유니클로 청바지의 반값 이하인데도 가격 대비 품질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GU는 프린트 티셔츠, 컬러 바지, 아우터 웨어 등 품목을 바꿔가며 990엔 시리즈로 인기몰이를 했다.

유니클로 반값…'9900원 청바지' GU 온다
GU는 제조·유통체계를 유니클로와 공동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클로와 비슷하게 품목을 다양화하기보다 히트상품 위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GU는 일본 내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 올 2월 말 기준 250개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 837억엔(약 8383억원), 영업이익 76억엔(약 761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패스트리테일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성장률 면에선 다른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출 1000억엔을 돌파하는 데 유니클로가 15년 걸렸지만, GU는 8년 만인 올해 1000억엔 달성이 확실시된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으며,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유노키 오사무 GU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한국과 홍콩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그게 잘되면 수년 안에 유럽과 미국으로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클로에서 시작된 SPA 열풍 이후 국내 패션업체들은 캐주얼, 여성복, 남성복 등 여러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고전해왔다. GU의 진출로 지금보다 더 치열한 저가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게 업체들로선 부담이다.

GU는 여성복에 강하지만 남성복, 아동복, 속옷, 잡화까지 상품 구성을 갖춰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토종 SPA 브랜드 관계자는 “GU는 유니클로보다 매장이 크고 가격도 50% 정도여서 국내 업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