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면TV 패널 개발에 참여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신다솔 사원(왼쪽부터), 박민욱 책임연구원, 안성식 수석연구원, 박기범 책임연구원, 박주환 책임연구원이 23일 충남 탕정의 삼성 아산캠퍼스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곡면TV 패널 개발에 참여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신다솔 사원(왼쪽부터), 박민욱 책임연구원, 안성식 수석연구원, 박기범 책임연구원, 박주환 책임연구원이 23일 충남 탕정의 삼성 아산캠퍼스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기술을 잘 아는 엔지니어들이 오히려 고정관념이 심합니다. 저도 처음엔 LCD(액정표시장치)를 이용한 커브드(곡면) 패널은 불가능하다고 말렸죠.”

23일 충남 탕정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만난 박주환 책임연구원은 2011년 사내에서 곡면TV 개발 얘기가 나왔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가 소속된 TV개발팀은 최근 출시된 곡면 UHD(초고화질) TV의 패널을 만든 주역이다.

곡면TV는 평면TV에 비해 몰입감이 훨씬 뛰어나다. 사람의 눈과 TV 중앙 부분 사이의 거리가 사람 눈과 TV 바깥 부분 사이의 거리와 같기 때문에 화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효과를 낸다.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가 곡면 패널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TV개발팀에 “2014년 초까지 대량 생산이 가능한 LCD 곡면 패널 기술을 개발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팀원들과 머리를 맞댔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한 팀원이 “2009년 내놨던 패널 구조를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평면TV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구식 기술이었지만 곡면엔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봉착했다. 사내에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것.

2009년형 패널을 찾기 위해 거래처를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본의 한 거래처에서 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일본법인의 직원을 급파해 제품을 확보했다. 예상대로 곡면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숨어 있었다. 팀원들은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것처럼 짜릿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도 각종 미세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을 만드는 어려운 작업이 이어졌다. 개발팀은 50여종의 패널을 만들었고 이들 각 패널을 1000시간 이상 시험했다.

2014년 1월, 설 연휴까지 반납하고 시제품에 대한 최종 점검을 끝내자 마침내 양산이 확정됐다. 2년간의 고생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TV개발팀은 최근 백화점에 다녀왔다. “매장에 전시된 곡면TV 완제품을 처음 봤습니다. 화질이 압도적이더군요. 애써 키운 자식이 성공한 모습을 보는 것처럼 뿌듯했죠.”

탕정=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