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때 연거푸 실직한 추근성 씨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그는 누나가 운영하는 이 가게에서 지난 7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최근 빚을 다 갚고 아파트까지 새로 장만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때 연거푸 실직한 추근성 씨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그는 누나가 운영하는 이 가게에서 지난 7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최근 빚을 다 갚고 아파트까지 새로 장만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내수의 몰락…일자리 年100만개 증발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있는 한 빈대떡집. 추근성 씨(44)가 뜨거운 철판 위에 반죽을 부지런히 올리고 있었다. 4000원짜리 빈대떡이 입소문을 타면서 손길이 무척 바빠졌다. 누나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도운 지는 7년째. 외환위기 직전 어엿한 건설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이렇게 앞치마를 걸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의 삶을 바꾼 것은 두 번의 위기,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사태였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또 한 번의 변곡점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는 빈대떡 가게의 ‘우산’ 아래에서 중산층 대열에 복귀했다.

[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내수의 몰락…일자리 年100만개 증발
한국 경제는 이 세 번의 경제위기로 단계적으로 추락했다. 1989~1997년 연평균 7.4%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1998~2007년 4.6%, 2008~2013년에 3.5%로 뚝뚝 떨어졌다. 2007년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7년째 ‘2만달러의 함정’을 헤매면서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소비와 투자의 역주행이다. 소득 정체와 고용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가 만들어낸 악성 종양이다.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이전까지 잠재성장률에 기여한 비중은 4%포인트대를 유지했지만 2008년 이후에는 연평균 1.3%포인트로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소비 위축으로 연간 100만개의 일자리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3%포인트 안팎이던 투자의 성장 기여도도 0.2%포인트로 완전히 바닥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로 가는 여정에 ‘잠재성장률 4% 달성’과 ‘내수 활성화’라는 이정표를 제시한 배경이다.

■ 잠재성장률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단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다. 한 국가의 ‘생산 역량’을 보여줄 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짤 때 지침이 된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