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홈페이지(www.kca.go.kr)에는 환불·교환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이 수백 건 게재돼 있다. 환불은 안 되고 교환만 허용되거나, 상점마다 다른 환불·교환기간이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다. 미국에선 기간 제한 없이 교환 혹은 환불해주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들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책임 아래 구매가 이뤄진 것을 유통업체가 무한정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규정된 교환·환불기간이 미국 등보다 짧은 최장 30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한정 길어질 경우 블랙컨슈머가 양산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백화점서 산 옷…韓 "14일 지나면 못바꿔", 美 "언제든 바꿔"

○한국은 길어야 30일

서울 신사동에 사는 김모씨(45)는 지난달 30일 연말선물용으로 샀던 티셔츠를 가지고 백화점으로 갔다. 다른 상품이 더 좋을 것 같아 옷을 환불해 달라고 했다. 물론 상표도 안 뗀 상태였다. 그러나 매장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2주일(14일)의 환불기간이 지나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 “교환이라도 해달라”고 했더니 “교환기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답만 들었다.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의 환불·교환기간은 1주일~30일이다. G마켓 등 온라인몰이 1주일이며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GS샵 CJ오쇼핑 등 홈쇼핑업체들은 대체로 30일로 정해놓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의 경우 14일, 면세점은 내국인에게 15일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법규 및 고시를 기초로 환불·교환기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이 법 17조1항은 소비자가 7일 이내 통신판매사업자와 구매 계약에 대한 청약을 철회(거래 취소로 환불하거나 교환하는 것)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몰 등이 환불·교환 기간을 1주일로 정한 것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하고 있다. 통상 7일 이내 환불·교환이 가능하도록 제시하고 있지만 업종이나 품목별로 약간 다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하되 이보다 더 길게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쇼핑업체들은 전자상거래법을 참고해 통상 30일로 정하되 식품은 7일, 의류 패션잡화 등은 15일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90일 이상이 많아

그러나 미국 등에 비해선 짧은 게 사실이다. 국내 업체와 비슷하게 운영 중인 곳은 베스트바이(15일)와 라디오섀크(30일) 두 곳뿐이었다.

그나마 베스트바이는 우수회원에겐 최장 45일까지 교환과 환불을 허용한다. 월마트 타깃 K마트 바니스 등은 환불·교환기간이 90일이었으며 코스트코 메이시스 삭스피프스애비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은 환불·교환에 기간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실제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이모씨(44)는 “지난 6월 동네 코스트코에서 정수용 필터 한 박스를 60달러에 샀다가 5개월이 지난 뒤 환불받았다”고 밝혔다. 제품을 쓰지 않고 쌓아 놓고 있다가 환불을 요청했더니 매장 직원은 묻지도 않고 같은 금액만큼 쿠폰을 지급했다는 것.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고객이 한번 구입했으나 마음이 바뀌어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면 묻지 않고 응해준다는 게 원칙”이라며 “한두 번 사용했으나 흠이 없다면 언제든지 교환해 준다”고 밝혔다.

○공정위 “자율로 늘릴 수 있어”

국내 업체들은 미국의 유통업체는 매장 수가 수천 개에 이르고 이에 따라 재고 등이 충분한 만큼 환불·교환기간을 후하게 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제품의 경우 계절에 관계없이 팔릴 때까지 걸어두는 만큼 계절마다 상품을 바꾸는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습관적으로 교환과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를 막기 위해서도 교환과 환불기간을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해결기준은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업체가 늘리고 싶다면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정 제품군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해당 제품군에 대해 사업자와 협의해 기준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유창재 특파원/주용석/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