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지난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준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미래사업마케팅본부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문해주 미래창조과학부 우주원자력정책관,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지난 2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양준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미래사업마케팅본부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문해주 미래창조과학부 우주원자력정책관,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는 지난달 말 인공위성, 발사체(로켓), 달탐사 등 2040년까지의 전략을 담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20년 앞을 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짤 수 있도록 처음으로 장기계획을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우주기술 산업화의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하는 좌담회를 지난 20일 한경 본사에서 열었다. 김태훈 IT과학부 차장(사진)의 사회로 문해주 미래창조과학부 우주원자력정책관,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양준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사업마케팅본부장이 토론을 벌였다.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좌담회 "항공우주, 국민소득 4만弗 달성의 핵심 열쇠"
○사회=중장기 계획을 마련한 배경은 무엇인가.


▷문해주 국장=그동안 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우주진흥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발사체 개발에만 10년 이상 걸리는 등 우주 개발 현실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20년, 40년을 내다보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발사체, 위성개발은 물론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달탐사 계획도 함께 담았다.

▷이창진 교수=지금까지 국가 수요에 의해 우주 개발 계획을 세웠다. 예산 변동폭이 크다 보니 지속성과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주 산업화를 위해 큰 테두리에서 국가의 중장기 우주 개발 방향을 정한 것은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된다.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같은해 달탐사에도 나서기로 했는데 개발 시기를 앞당긴 만큼 이를 잘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할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후속 작업도 필요하다.

▷김승조 원장=중장기 로드맵의 가장 큰 의미는 우주 개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우주 산업화를 위한 세부 내용도 구체화했다. 2017년까지 1000억원 이상짜리 인공위성을 수출하는 게 첫 목표다. 한국형 발사체는 2020년까지 개발하는데, 그때까지 내공을 잘 쌓으면 이후에는 상업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준호 본부장=우주기술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이번 계획이 산업화와 관련한 이런 비전을 담은 것은 진전된 대목이다. KAI는 그간 위성과 나로호 개발 등에 참여했는데 한국형 발사체 사업부터는 핵심 역할인 총 조립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주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사회=우주 분야 참여 기업이 아직 너무 적은 게 문제다.

▷문 국장=중장기 계획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전과 서울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했는데 공청회장에 꽉 들어찼다. 우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달라는 게 공청회 요구 사항이었는데 이를 중장기 계획에 적극 담았다. 나로호 개발 때는 민간기업 참여 비중이 56%였는데 한국형 발사체는 80%로 높일 계획이다. 산업화와 관련해서는 후속 실행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항우연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기술 중 상업성이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스핀오프할 방침이다.

▷김 원장=최근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가 저비용의 우주 로켓을 개발해 발사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경제성을 갖춘 저가 기술을 찾아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참여가 더 늘어나야 한다. 엔진, 탱크류 등 어떤 소재를 쓰고 어떻게 가공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기업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항공우주를 제외하고 자동차, 조선, 정밀기계 분야의 국내 기술은 세계 톱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사회=2020년 달탐사를 추진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문 국장=한국형 발사체 상업화를 위해서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달탐사는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 달탐사 선행연구를 하는데 항우연뿐만 아니라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5개 정부 출연연구소가 77억원의 예산을 갹출해 함께 참여한다. 진공·초고온·초저온 기술 등이 모두 필요한 우주 기술 종합체인 셈이다. 최근 중국이 달에 로봇을 보내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도 달탐사에 성공하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회=앞으로 어떤 후속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양 본부장=우주 사업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리스크가 크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수 있다. 정부의 우주 사업에 처음부터 기업 간 경쟁 개념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업체들이 역할을 분담해 전문화와 계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기업들이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 교수=정부의 산업화 로드맵 대부분은 하드웨어 관점이다. 위성 영상 등 소프트웨어로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하면 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김 원장=발사체 개발에는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지만 개발 기간이 길다. 국민들이 답답해할 수 있으니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엔진 연소실 시험, 2014년에는 터보펌프와 엔진 시험, 2016년에는 7t 엔진, 2017년에는 시험발사 등 매년 단계별 성과를 알리겠다. 경제성을 갖춘 발사체 개발을 위해 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것도 과제다. 항공우주 사업은 국민소득 4만~5만달러로 가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문 국장=연구개발(R&D) 예산에서 우주 분야의 비중을 보면 러시아가 60%, 미국 30%, 중국 일본 인도도 10%를 넘지만 한국은 1.5%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우주 기술 개발에 나선 지 20년 만에 인공위성 12기를 발사했다. 우주가 ‘돈 먹는 하마’라고 하지만 선진국들이 보면 깜짝 놀랄 만한 효율을 내고 있다. 2020년에는 R&D 예산의 5%, 1조원 정도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정리=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