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둘러싸고 미·중·일 3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9일에는 미국과 일본의 항공기들이 대거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중국이 전투기를 급발진시켜 맞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남중국해에 3국의 항공모함 및 준항모급 함정이 집결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선진커 중국 공군 대변인은 “미국의 P-3, EP-3 정찰기 2대와 일본의 P-3, F-15 등 정찰기 및 전투기 10여대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수호이 30, 젠-11 등 전투기들을 긴급 발진시켰다”며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에 있는 공중 목표물에 대해 유효하게 감시와 통제를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 공군은 지난 28일 자국 전투기와 정찰기를 동원해 방공식별구역을 순찰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조지워싱턴호가 선단을 거느리고 남중국해에 포진했고 일본의 준항모급 호위함 이세호도 필리핀에 도착했다”며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호 역시 대만해협을 통해 남중국해에 진입하면서 3국의 함대가 무력시위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랴오닝호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랴오닝호가 대만해협을 지난 뒤부터 대만 일본 등과 협력해 항로를 추적 중이다. 미국과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경계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양국은 전투기 등의 비행을 공중에서 감시하는 항공자위대 조기경계기 E2C의 상설 부대를 오키나와 나하기지에 신설하고 감시 능력이 뛰어난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방공식별구역 지정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이 신문은 29일자 사설을 통해 “방공식별구역 지정의 제1 목표는 일본”이라며 “만일 일본이 저항하면 주저하지 말고 제때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