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종신보험'…10명 중 7명 10년 내 해약…보험사, 계약유지 노력 미흡
감정평가사인 정모씨(34)는 1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 사망하면 가족이 1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지만 10년간 매달 29만5000원씩 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다. 정씨는 “해약 환급금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젊을 때부터 가입해 사망할 때까지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중도 해약자가 크게 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일각에선 생명보험사 간 판매 경쟁 때문에 애초 불완전 판매가 많았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명 중 6~7명이 10년 내 해지

이름값 못하는 '종신보험'…10명 중 7명 10년 내 해약…보험사, 계약유지 노력 미흡
대형 생보사인 A사의 종신보험 유지율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5년(61회차) 이상 54.0%, 10년(121회차) 이상 35.9%로 각각 집계됐다.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10년 넘게 유지하는 사람이 열 명 중 서너 명에 그친다는 계산이다. 금융감독원이 같은 해 10월 노회찬 의원의 요청으로 제출한 삼성·한화·교보 등 3개 생보사의 초기 해지율도 비슷했다. 이들 대형 생보사에서 종신보험에 가입한 뒤 2년 내 해지한 비율이 평균 43%에 달했다.

종신보험 해약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가입 당시 상품 설명이 미흡했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독립법인대리점(GA)의 임원은 “심한 보험사의 경우 종신보험 10년 후 유지율이 10%대에 불과한 곳도 있다”며 “종신보험을 중도에 해지해도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어서 굳이 해약을 막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종신보험 가입자가 중도 해지하면 환급액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1년 내에는 원금의 10%, 2년 내에는 30% 정도만 돌려준다. 2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입한 뒤 해약하면 7~8개월치만 받고 나머지는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로 떼인다는 얘기다.

○‘종신보험→정기보험’ 전환 늘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종신보험 대신 정기보험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은 모두 가입자 사망 때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지만, 정기보험의 경우 일정 기간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종신보험 대비 20~30% 수준에 불과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 대신 정기보험과 연금에 나눠 가입하는 실속형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런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DB생명과 현대라이프는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정기보험 신상품을 내놨다. KDB생명 관계자는 “가장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 종신보험과 같은 금액의 사망 보장을 받으면서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이 관심을 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종신보험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 요즘에는 경제활동 시기엔 사망 보장을 받다가 퇴직 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종신연금형으로 바꿀 때 가입시점의 경험생명표를 적용, 수령액을 높인 상품도 나오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