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은 손님을 입장금지시켰던 호텔신라가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렸다.

전국민적인 원성이 들끓자 공식사과했지만 파문이 가라앉기는 커녕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엄중처리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전체회의에서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은 "일류 호텔에서 일어난 상황인지 의심스럽다"며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야 할 특급호텔이 전통문화를 홀대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가 정책과 민간이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 엄중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12일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는 호텔신라 더 파크뷰 뷔페식당에 입장하려다 한복 복장이 문제가 된다며 제지당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호텔신라측은 13일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통해 "한복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려는 고객 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조속히 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해 식당 근무 직원의 착오로 미숙하게 대응이 됐다며 직원의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같은 날 한인규 호텔신라 사업총괄 전무도 삼성그룹 트위터인 '삼성인'을 통해 사과했다. 한 전무는 "뷔페식당에서 한복을 입으신 고객 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한복에 걸려 넘어지는 등 각종 사고가 종종 있어 안내를 드리려 했으나 현장착오가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이부진 대표이사까지 직접 이혜순 씨를 찾아가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과거 호텔신라에서 '자위대 파티'가 열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한복출입은 금지되어있고 기모노 착용은 허용하다니 신라는 도대체 어느 나라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한 팔로워가 "호텔신라에 한복입고 입장금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설마요"라고 짧게 대답하며 믿기지 않아 했다.

지난 연말 삼성그룹 72년 역사상 첫번째 여성사장 겸 최고경영자인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부진은 "호텔신라가 글로벌 명문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성장과 혁신을 기조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일설한 바 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부진을 필두로 한 호텔신라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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