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다시 뛰고 있다. 3.75g(한 돈)당 19만원에 육박하면서 갖고 있는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반면,혼수철인데도 귀금속 상가는 판매 부진으로 울상이다. 백화점에선 금 대신 은,크리스털 등이 대체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금 팔려는 사람 몰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9일 금(순금 3.75g) 소매가는 18만7000원으로 지난달 말(18만3000원)보다 4000원 올랐다. 국제시세는 이날 장중 온스(28.35g)당 1108.8달러(현지시각 오전 8시 현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국제시세가 뛰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금값은 그나마 덜 오른 편이다. 순금 소매가는 지난 3월2일 사상 최고치(20만5000원)에 비해 1만8000원 낮은 수준이다.

금값이 들썩이면서 '장롱 속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금 도매업체인 한국귀금속쓰리엠의 김안모 대표는 "지난달만 해도 하루 매입량이 4억원(약 10㎏)이었는데 최근 일주일 새 하루 8억원으로 늘었다"며 "연초에 금을 팔지 못한 사람들이 속속 물건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금시세가 뛰고 있긴 하지만 달러화가 약세여서 국내 소매가는 19만원대 초반에서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귀금속 상가는 파리 날려

혼수시즌이지만 예물을 사겠다는 수요는 미미하다. 9일 오후 3시 반포동 강남귀금속타운 1층 넓은 매장에 손님은 1~2팀밖에 없었다. B귀금속 박모 사장은 "금값이 올라 예물을 2세트만 준비하려 해도 지난해 3세트 가격인 400만~500만원이 든다"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없어 이틀째 개시도 못했다"고 푸념했다.

값비싼 금 대신 은,크리스털 등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8~10월 액세서리류 매출을 조사한 결과 14K,18K 등 파인주얼리 상품군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감소했지만 은이나 크리스털을 사용한 커스텀주얼리 매출은 13.5%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파인주얼리 매출이 1% 줄어든 대신 커스텀주얼리는 12.1% 증가했다. '골든듀''젬피아' 등 파인주얼리는 반지 30만~40만원,목걸이 40만~50만원인 데 반해 '아가타''스와로브스키''에스메랄다' 등 커스텀주얼리는 반지 8만~18만원,목걸이 10만~25만원으로 30~50% 저렴한 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파인주얼리와 커스텀주얼리의 매출 비중이 2006년 57 대 43이었지만 올해는 35 대 65로 역전됐다.

◆해외에선 금괴 사재기 열풍

해외에선 금값이 더 뛸 것으로 보고 금괴 사재기 열풍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금 선호현상이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영국 런던의 해롯 백화점은 지난달 금괴 판매 행사에 인산인해를 이뤘고 미국에선 최근 심야시간대 TV광고에 금괴 · 금화 판매 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금괴를 찾는 사람이 드문 상황이다. 최진서 순금나라 팀장은 "금값이 오르면서 금괴 1㎏이 4500만원 정도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산업용 금을 쓰는 기업들 외에는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서기열/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