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꿈 '무병장수'

'무병장수' … 식사량 줄이고 하루 5번·5종의 야채·과일 먹어보자
노화를 연구하는 의학자들은 사람의 최대 수명이 120세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출생 및 사망 기록이 확인되는 사람 가운데 최장수인은 1997년 작고한 프랑스의 장 칼망 할머니로 122년을 살았다.

그는 85세까지 펜싱을 즐겼고 100세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평소 올리브유를 즐겨먹어 이를 장수의 비결로 소개하곤 했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중세 유럽의 평균 수명이 30세 안팎이었고 1900년대에도 50세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80세를 넘어서고 있다. 경제 · 사회 · 문화 발전에 따라 식생활,주거환경,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균 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인류의 최대 수명은 늘어나기 어렵다. 평균 수명은 질병이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최대 수명은 유전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최대 수명은 외적인 변화나 조작으로 바꿀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인 암,뇌 · 심혈관계 질환,당뇨병을 모두 예방한다 해도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 연장될 뿐 최대 수명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혈압,혈중 콜레스테롤 및 혈당,건전한 생활습관 등 건강에 필수적인 11가지 사항을 모두 30세 수준으로 유지해도 인류의 평균 수명은 남자 99.9세,여자 97.0세에 그친 것으로 계산돼 현재까지의 최대 수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자가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을 더 많이 하고 음주 · 흡연율이 높으며 스트레스를 잘 받기 때문에 여자보다 수명이 짧다. 아울러 부모가 장수한 경우 자녀들이 오래 살 확률이 높고,모친의 장수가 부친보다 관련성이 깊고,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아 최대 수명은 유전자 속에 이미 프로그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래 살면 좋지만 죽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흔아홉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사흘쯤 아프다 세상을 뜨겠다는 '9988234'가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노인들은 60세 이후 여생의 약 25%에 해당하는 기간을 심각한 신체장애를 겪는다. 전국 재가(在家) 노인의 43%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산다.

노화방지와 무병장수를 위해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가장 많이 검증된 방법은 식사량 제한이다.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 필수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면서 총 섭취열량을 20~30% 줄이라는 것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식이제한은 다양한 항노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와 함께 장수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으로는 명상 · 이완요법 · 요가 등을 이용한 스트레스 해소,매일 30~60분 운동하기,하루에 5번 · 5종 이상의 야채나 과일 먹기,도정하지 않은 다양한 전곡류의 섭취,콜레스테롤을 다량 함유한 육류 섭취 제한,적절한 체중 유지,하루 8시간 이상 수면,과음하지 않기(하루 맥주 300~500㏄,와인 100~150㏄ 이하) 등을 추천할 수 있다.

이덕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