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원인’ 단백질, 피부암 뇌 전이 도와[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흑색종의 뇌 전이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흑색종은 피부암 중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흑색종 4기 환자 중 40%는 뇌에 암이 전이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대 랑곤 헬스 연구진은 전이성 흑색종 세포가 뇌로 전이돼, 살아남기 위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비한다고 국제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 3월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뇌로 전이된 흑색종 세포는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세포에 비해 약 3배 많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비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흑색종의 뇌 전이 간의 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전구체 유전자(APP)의 발현을 억제한 흑색종 세포를 쥐 동물모델에 주입했다. 흑색종 세포에서 만들어내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을 줄인 것이다. 그 결과 뇌로 전이되는 흑색종 세포의 양이 크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의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흑색종 세포가 뇌로 전이되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전이된 세포가 적은 ‘미세전이’ 단계에서는 뇌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제대로 증식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종양세포의 뇌 전이에 면역세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 흑색종 세포가 분비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성상교세포(astrocytes)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된 성상교세포는 암을 공격하는 면역 시스템을 방해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세아교세포는 암세포나 박테리아 등 외부 물질이 침입하면 ‘식세포작용’을 통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식세포작용은 외부 물질을 잡아 먹듯이 세포 안으로 끌어 들여와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흑색종 세포가 분비한 아밀로이드 베타가 미세아교세포나 성상교세포를 통해 식세포작용을 막는다고 했다.

연구진은 치료제를 이용해 이런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흑색종이 뇌에 전이된 쥐 동물모델에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을 감소시키는 약물 ‘LY2886721’을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뇌에 전이된 흑색종의 크기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LY2886721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은 크게 줄였지만, 간독성이 발생해 2013년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이번 논문의 제 1저자인 케빈 클레프만 뉴욕대 랑곤 헬스 연구원은 “현재 아밀로이드 베타의 작용을 막는 항체를 이용해 흑색종의 뇌 전이를 감소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며 “다음 단계에서는 면역항암제와 아밀로이드 베타 억제제의 병용 요법을 시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