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나성실씨는 20대부터 열심히 일하여 5억짜리 아파트 2채와 기타재산 2억을 모아 총 재산이 12억원에 달했습니다. 부인과 성인이 된 아들, 딸과 함께 가족을 이루고 은퇴 후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던 나성실씨는 어느 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전해듣게 됩니다.

자신도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겨질 가족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우리나라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표준이 증가할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성실씨는 높은 누진세를 회피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아파트를 각각 1채씩 미리 증여할 생각을 가지고 평소 친한 회계사를 찾아갔습니다.

회계사는 사전증여를 하면 오히려 세금이 더 나올 거라고 나성실씨에게 말했습니다. 누진세인 상속세가 사전증여로 상속재산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세금이 더 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상속세는 상속재산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성실씨처럼 사전증여를 통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재산을 줄여 낮은 구간의 상속세율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도를 제한하고자 상속세및증여세법은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상속인들에게(상속인 외의 자의 경우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합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에는 상속재산에서 각종 공제액을 차감한 과세표준에 상속세율을 곱하여 계산합니다. 이때 상속재산에 합산된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공제로서 공제해 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예를 들어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인 경우로서 상속이 일어나기 전 3년 이내에 증여한 금액이 5억, 남은 상속재산이 5억일 경우 사전에 증여한 증여재산은 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남은 상속재산인 5억까지만 공제됩니다. 만약 3년 전에 증여하지 않고 모두 상속재산에 포함된 경우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최소 5억원)를 합하여 1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므로 납부할 상속세는 0이 됩니다.
[그림 - 이영욱]
[그림 - 이영욱]
상속세및증여세법 제24공제 적용의 한도
제18조부터 제23조까지 및 제23조의 2에 따라 공제할 금액은 제13조에 따른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가액을 뺀 금액을 한도로 한다. 다만, 제3호는 상속세 과세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1. 선순위인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등을 한 재산의 가액
2. 선순위인 상속인의 상속 포기로 그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가액
3. 제13조에 따라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한 증여재산가액(제53조 또는 제54조에 따라 공제받은 금액이 있으면 그 증여재산가액에서 그 공제받은 금액을 뺀 가액을 말한다)

사전증여를 한 경우

(1) 증여세
상속세 줄이려고 미리 증여했다가…'세금 폭탄' [도정환의 상속대전]
(2) 상속세
상속세 줄이려고 미리 증여했다가…'세금 폭탄' [도정환의 상속대전]
사전증여를 한 경우 상속재산은 2억원이지만 사전증여재산이 합산되어 상속세 과세표준은 10억원이며, 총 납부할 세액은 증여세 1억6000만원과 상속세 8000만원을 합해 총 2억4000만원이 됩니다.

사전증여를 하지 않은 경우

상속세 줄이려고 미리 증여했다가…'세금 폭탄' [도정환의 상속대전]
사전증여를 하지 않은 경우 상속세 과세표준은 2억원으로 사전증여를 한 경우인 10억원에 비해 8억원이 적습니다. 사전증여를 했을 경우 오히려 과세표준이 더 큰 이유는 합산된 사전증여재산은 상속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전증여를 하지 않은 경우 상속세는 3000만원으로, 사전증여를 한 경우 증여세와 상속세를 합한 2억4000만원보다 무려 2억1000만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나성실씨의 경우에는 사전증여를 하지 않고 모두 상속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럼 사전증여가 유리한지 사망한 후 상속이 유리한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는 피상속인의 재산규모, 가족구성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재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는 상속이 유리하고 10억원이 넘는 경우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사전에 증여할 경우 미래의 상속시점보다 낮은 금액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가격상승분을 고려하였을 경우 사전증여가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의 경우에도 미래에 상당한 정도의 주식가치 상승이 예상된다면 향후에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하더라도 사전에 증여하여 낮게 평가된 금액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게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망일로부터 10년 이전의 증여는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면 10년마다 일정금액을 증여함으로써 상속재산금액을 감소시키는 것이 가장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사전증여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므로 재산의 규모가 클수록 전문가를 찾는 것이 세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도정환 한서회계법인 Partner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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