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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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법칙 중에 80:2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직업을 가진 20%와 직업을 가지지 못한 80%의 이원화로 사회가 재편된다는 얘기다. 한 조직에서 경쟁력을 갖춘 20%의 조직원만이 사회를 이끌게 되며 경쟁력에서 탈락한 80%는 약간의 ‘먹을거리’와 무료하지 않을 만큼의 ‘오락물’을 제공받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돈 많은 고소득층 20%와 돈 없는 저소득층 80%로 나누어지는 사회가 된다는 표현이다. 장래에는 지식정보화로 한 사람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실제로 나이키의 광고모델인 마이클 조던이 받는 금액은 방글라데시 나이키 하청공장 1만 명의 연봉과 비슷하다는 비교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니 80:20을 넘어 999:1 또는 9999:1로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80대20의 원칙은 특히 경영이나 조직에서 나타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판매량의 80%는 영업사원의 20%가 달성하고, 인구의 20%가 부의 80%를 창출한다. 영업사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도 20%의 직원들이 80%의 성과를 내고, 80%의 직원들은 20%의 성과를 낸다고 한다. 비교해서 세계 인구 중 85%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며, 15%의 인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그 중 3%의 사람들이 정말로 늘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한다.

미래 사회가 80:20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글로벌화로 인해 시장 경쟁이 세계화된다는 것이다. 글로벌화는 시장 개방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하며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당연히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가 적고 세금이 싼 곳으로 자본을 이동시키게 된다. 각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재정지출을 줄여 조세부담을 축소하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게 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노동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져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에 소득격차가 커진다.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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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노동시장에서 20% 정도의 핵심근로자와 80%정도의 주변근로자로 양극화시킨다고 했다. 즉 20%정도의 사람들만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실업상태 또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다는 것이다. 미래 기업들의 노동력 이용 패턴도 소수의 핵심근로자를 제외하고는 파견근로 등을 활용하여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대다수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의 파트타이머, 비정규직, 호출형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80:20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두번째 이유는 지식정보화의 진전에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능력 있는 한 사람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산업사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인 산업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 없는 사람의 부가가치 창출 차이가 기껏해야 2배 정도이다. 그러나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어떤 한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가가치를 50배, 100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신기술로 시장에서 일단 성공하면 수확 체증의 법칙에 의해 시장을 배타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자동화의 촉진으로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창출 여지가 줄어들고 있고,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식정보산업은 부와 정보를 독점하는 소수 엘리트에게만 열려 있어 결국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이 양산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80:20의 법칙을 은퇴 후 노후생활에 적용해보면 부유한 노인과 가난한 노인의 비율도 80:20이 될 수 있다. 80%의 빈곤한 노인은 국가가 주는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반면, 20%의 부유한 노인은 해외여행, 골프여행을 다니며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양극화시대가 전개되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하위 70%에 대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도 결국 80:20의 법칙이 적용되는 셈이다.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위 30%에 포함되려면 젊을 때 인생설계나 은퇴설계를 미리미리 해두어야 한다. 나이 들어 주된 직업에서 은퇴하더라도 연금 이외에 추가적인 소득이 나오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준비 안 된 노후를 국가나 사회가 모두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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