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물건들을 분석하다보면, 유치권신고가 남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낙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무턱대고 유치권신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유치권 신고 중에서 임차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유치권신고에 대해서는 투자자로서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임차인이 유치권을 신고하는 것은, 대체로 임차인이 영업을 하면서 들인 인테리어 공사 등에 대한 금액이 대부분인데, 결론적으로 이런 비용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극히 미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치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임대차목적물과 관련하여 생긴 채권이 있어야 한다. 민법 제320조 제1항에서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하여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채권의 견련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견련성”을 논하기 이전에, 임차인이 주장하는 유치권의 성립여부를 따져봄에 있어서는, 과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청구할 채권 자체가 존재하는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 들인 비용이라고 해서 임대인에게 이를 무작정 청구할 수는 없는데, 유치권과 관련해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익비와 필요비”라고 할 수 있다. 민법 제626조 제1항에서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들인 비용의 대부분은,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서 청구할 수 있는 “유익비나 필요비”라고 할 수 없고, 임차인의 개인적인 영업을 위해서 쓰여진 비용이라는 점에서, 청구할 수 있는 채권 자체가 없거나 거의 적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만약 임차인의 일부 비용투자가 유익비나 필요비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대차계약서에서 ‘원상복귀의무를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약정을 통해서 유익비나 필요비청구가 사전에 포기되는 경우가 상당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바로 이런 점에서도 임대인에게 청구할 채권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셈이다. 대법원 1975. 4. 22. 선고 73다2010 판결도, “ 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관계 종료시에는 건물을 원상으로 복구하여 임대인에게 명도하기로 약정한 것은 건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 또는 필요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볼 수 있어 임차인은 유치권을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 중에서 유익비나 필요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이 권리가 사전에 포기되지 않았다고 하는 극히 예외적이고 적은 금액에 한해서만 채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권리관계를 적절히 염두에 두고서 임차인이 유치권을 신고한 경매물건에 접근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이상-

< 참고판결>
▶ 대법원 1980.10.14. 선고 79다1170 제2부판결 【가옥명도】

건물임차인이 건물에 관한 유익비상환청구권에 터잡아 취득하게 되는 유치권은 임차건물의 유지사용에 필요한 범위내에서 임차대지부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 대구고법 1984. 3. 7. 선고 83나874(본소),83나875(반소)
건물임대차계약시 위약금의 약정에 따라 취득한 건물임차인인 피고의 돈 4,000,000원의 위약금채권과 임대차계약 종료로 인한 피고의 위 건물명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위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 할 수도 없어 유치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 대법원 1994.10.14. 선고 93다62119 판결 【건축명도등】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건물명도시 권리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권리금반환청구권은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 할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채권을 가지고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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