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0만5천건에 불과했던 경매물건이 해마다 늘더니 지난해에는 2000년 당시 54만3천건의 89.5% 수준인 48만6천건으로 늘어났다. 최초감정가 규모면에서도 지난해에는 2003년 당시의 51조1천억원보다 34조5400억원이 증가한 85조6400억원을 기록하였다. 더불어 낙찰가 규모도 2003년 9조66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3조8850억원으로 대폭 증가하는 등 갈수록 경매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초 경매진행 상황을 보면 지난해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금리가 상승추세에 있는 등 경매물건이 증가할 요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이 확대된다는 것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부실채권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로 골칫거리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출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 희망적일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한해 경락자금 대출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까? 디지털태인이 지난해 경매시장을 기준으로 경락자금 대출시장 규모를 추정한 결과 약 5조6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왔다. 서울시 한해 예산의 1/3을 넘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종목별로 보면 아파트가 1조4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시장 규모를 이루고 있고, 근린상가가 1조21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공장과 토지가 각각 7846억원, 7462억원으로 그 다음 규모를 이루고 있다. 아파트를 포함한 연립ㆍ다세대,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의 대출시장 규모는 총 2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44.6%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경락자금 대출시장 규모 5조6천억원은 지난해 총 낙찰건수에 대출이용률(아파트 90%, 연립ㆍ다세대와 단독주택 70%, 근린, 업무, 공장, 숙박시설 등 상업용 부동산 85%, 토지 75% 등)을 곱하여 대출이용건수를 구하고 이 대출이용건수에 낙찰물건당 평균 낙찰가를 곱하여 대출이용건수의 낙찰가 총액을 구한 후 이 낙찰가 총액에 제1금융권 평균 담보인정비율(LTV) 50%를 적용하여 산출된 수치이다. LTV 50%는 각 종목별 낙찰가율, 최우선변제액 공제, 대출리스크 등 각종 요인을 고려한 낙찰가액 대비 실제 대출비율로 물건 종별에 따라 40%(토지)~55%(주거용 부동산)를 적용한 평균치를 의미한다.
위와 같이 경매시장 규모 및 경락자금 대출시장 규모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각급 금융기관에서는 경락자금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의 경우 이전에는 경매취득부동산을 모기지론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최근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민은행의 경우 경락자금 대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달 초 경매전문업체인 ‘T사’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입찰대리가 가능한 공인중개사의 컨설팅 고객을 위한 경락자금 대출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또한 ‘D’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도 경락자금 대출시장에의 신규 진출을 위해 관련 업체와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올해 초부터 가능해진 공인중개사의 매수신청(입찰)대리와도 관련이 있다. 3월부터 시작된 매수신청대리를 위한 지정교육을 마친 공인중개사의 경우 매수신청대리인 등록을 통해 입찰대리가 가능해지는 만큼 경매가 더욱 대중화되고 더불어 낙찰자들의 경락자금대출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경락자금 대출은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제1금융권보다는 주로 생명보험사나 화재보험사에서 적극적이었으나 이마저도 아파트와 같은 우량물건에 한정하여 대출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비우량물건에의 투자를 꺼려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대출이 덜 이루어졌던 상가나 연립ㆍ다세대 등이 경매시장에서 투자자에게 외면되어 왔던 이유중 하나는 금융기관의 경락자금 대출 문턱이 높았던 것에도 기인한다. 각급 은행이 경락자금대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이와 같은 우량물건과 비우량물건간의 양극화 현상도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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