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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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품질은 나빠지는데 이름만 명품인 한국의 아파트
품질은 나빠지는데 이름만 명품인 한국의 아파트
▶전형진 기자
오늘의 사연 읽어볼게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2차에 사는 흥부가 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에 사는 놀부에게 편지를 보내서 충북진천음성혁신도시동일하이빌파크테라스로 이사 가는 건 어떤지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놀부는 회천신도시덕계역로제비앙더메트로폴리스가 더 낫다고 답장했네요.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2.1.jpg)
아파트 이름을 개나리, 청실, 은마라고 짓는다고 해서 촌스럽진 않습니다. 충분히 멋있고 예쁘죠.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하다 보면 조합원들은 옆 동네 단지와 비교하게 되죠. 예컨대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일단 단지명에 기본으로 '프레스티지' 정도는 넣어야 하는데 옆에 산이 있다면 "산도 숲이잖아"의 논리로 '포레스트' 단어가 추가되는 식이죠. 그렇다고 '프레스티지포레스트'는 읽기 어려우니까 '포레스티지' 같은 합성어가 등장하는 것이죠. 이게 2024년 한국식 아파트 작명법입니다.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3.1.jpg)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집코노미에서 집계했던 지난 5년치 청약 전수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아파트 이름에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지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1위는 '○○역'입니다. 2019년 5월~2024년 3월까지 분양한 2002개 단지 중에 17%의 아파트가 단지명에 역명을 넣었어요. 시대상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그만큼 우리는 철도교통, 특히 지하철/전철의 접근성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단지명에 역이 들어가 있다면 대개 정말 가까운 편이죠.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4.1.jpg)
3위는 예상하셨을 '파크'입니다. 주변에 공원이 있으면 단지명에 파크는 기본이죠. 이번에도 아이파크나 아이비파크 같은 브랜드는 제외하고 계산했습니다. '시티'와 '씨티'가 다음 순위이고, 대망의 '포레'는 137곳으로 5위에 올랐습니다. 포레는 포레스트라는 의미입니다.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5.1.jpg)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6.1.jpg)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7.1.jpg)
다음 대방엘리움은 대방산업개발의 브랜드죠. 패밀리네임, 성 같은 거예요. 족보를 팔지 않는 이상 이걸 뗄 순 없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로얄카운티, 이게 진짜 이름입니다. 근데 앞에 누가 먼저 썼다면? 사람은 2세, 아파트는 2차가 되는 거죠.
!['하자 투성이' 한국 아파트, 이름만 유럽 명품? [집코노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535698.1.jpg)
요약하면 ①한글로 좀 씁시다. 신토불이 하자는 거죠. ②법정동과 행정동을 지키자. 신월동에 짓는 아파트 이름에 '목동센트럴' 이러지 말자는 거예요. ③앞서 우리가 순위로 뽑아봤던 목록을 펫네임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쓰지 말자는 겁니다. ④그리고 흥부의 편지지가 넘치니까 10자 이내로 짧게 만들자는 게 마지막입니다.
읽다보니 정말 구구절절 공감되는 권고사항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안전하고 튼튼한 단지를 짓는 데 집중하는 게 명품 아파트겠죠. 아파트 이름 제발 쉽게 지읍시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이문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이문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