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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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사람이 내려 놓아야 하는 것

한 분야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가들을 만나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무서울 만큼의 목표의식이 강하다. 조금의 빈틈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한다.
일에 몰입하면 주변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과 같은 수준의 전문가에게 배우려 한다. 배움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
A회사 인사 컨설팅을 할 때이다. 인사담당자가 매우 힘들어 한다. 몇 일을 고심하여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기획서가 부서장의 말 한마디에 백지가 되었다. 부서장은 신입사원부터 인사 업무를 담당하였고, 인사조직을 전공한 박사이며 자신이 설계한 인사제도가 이 회사의 인사 시스템 전부였다. 20여년 인사업무를 하면서 사업, 제품과 서비스의 밸류 체인, 재무의 지식도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현장 부서장과 잦은 소통으로 현장 임원과 팀장과의 관계도 매우 좋았다. 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사장과 본부장과 함께 회사의 중요한 인사 과제를 해결해 가는 역량이 출중하였다. 역대 최연소 팀장, 최연소 임원이 되어 회사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A상무와 면담을 하였다. 회사의 현황과 미래 전략, 과제,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수준, 경쟁사와의 비교 등 인사 이외의 지식과 정보도 막힘이 없었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김상무만의 프레임을 갖고 있었다. 충분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대안을 설정하는 역량이 뛰어났다. 사업부 임원들과 관계가 좋아 언제든지 차 한잔 마시며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현재 회사와 인사부서가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하며, 이를 위한 전략과 방안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김상무는 사장과 매주 1~2회 독대를 통해 조직, 인재, 제도,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주로 김상무가 주제와 분석 자료를 가지고 보고 형태를 취하고, 사장은 질문하는 형태라고 한다.
사장이 사업, 타 본부의 이슈, 임원이나 팀장 중 특이자에 대한 질문을 하냐고 물었다.
김상무는 준비된 발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고 한다. 담당자가 부담스러워 하는 상사, CEO가 마음을 열고 일상적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임원, 인사 직무만 수행한 경험. 김상무에게 인사 직무를 1~2년 내려놓고 영업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간직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어느 수준 이상의 한 분야의 강한 사람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면, 그 직무에서 잠시 떨어져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 배운 것을 살펴보면 어떨까? 표면적인 인간관계도 필요하지만, 그 사람 마음 속에 간직 되도록 진정성 있는 공감과 소통 역량을 키우면 어떨까?

어떻게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지식과 경험, 스킬이 늘면 늘수록 더 높은 수준을 추구하게 된다. 이전에 했던 결과물이 초라해 보이며, 남들이 하는 것이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한 단계 더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에 얽매이기 보다는 생각과 방법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과 방법을 때에 따라서는 버려야 한다. 처음 대하는 것처럼 비어있는 상태에서 배울 때 비로소 더 큰 배움을 얻지 않을까?
물론 배운 것이 그대로 남아있고, 배움의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우고 새롭게 배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문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는데, 어떻게 비울 수 있고 해결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다.
산에 가면 약수가 떨어지는 바위가 움푹 파인 곳이 있다. 처음 약수가 바위에 떨어질 때, 물방울이 바위를 패이게 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 바위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자신이 하는 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최고의 경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지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 경지에 오르려면 의구심을 버리고 경지의 모습을 상상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 매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수준을 이어 가서는 곤란하다. 비우고 뛰어넘어야 한다.

첫째, 다른 직무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직무 본질과 핵심을 찾으면 어떨까?

새로운 업무이기 때문에 업무의 단계, 단계별 필요 지식과 자격, 어떤 과제가 있으면 해결방안에 대한 이론과 사례 등의 배움을 통해 점차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이미 터득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 등의 프로세스와 내용 등을 살피면 어떤 차이가 날까?

둘째, 내외부의 다른 직무 전문가들과의 만남이다.

한 직무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생각과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과 노력, 지금 고민하고 있는 과제와 해결 방안, 향후 어떤 일들이 발생할 것인가 변화에 대한 선제적 예방 조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많은 배움이 있지 않을까?

셋째, 경청하며 성찰하는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눈에 문제점이 보인다. 보인다고 정답을 말하듯 바로 결론을 내거나, 강한 주장을 펼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시켜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한 순간 반대에 부딪쳐서 좌절되는 것을 반기는 사람 역시 없다.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협업하여 결과를 창출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훔치고, 상대의 마음 속에 좋은 이미지로 간직 되지 않고서 큰 일을 하거나 획기적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평소 자신을 성찰하며 타인에게 관심과 배려하며 협업하는 소통과 자기관리가 비움의 첫 걸음이 아닐까?

넷째, 자신의 성장 못지않게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이 중요하다.

조직과 구성원이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향력을 주고 받아야 한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공유하고 가르쳐 조직과 구성원이 성장할 때 자신은 더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높은 직책이나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내려놓지 못하고 더 추구하다가 나락의 늪에 빠진 사례를 종종 본다. 역량이나 자질이 되지 않음에도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에 앉아 내려오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나아가 자신의 권력과 돈을 유지하려고 타인을 괴롭히며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비우지 않고 채우려고만 하면 언젠가 큰 아픔을 경험하게 됨을 왜 모를까?

우리 인사담당자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가?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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