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장에 대한 리더십 진단 어떻게 할까?

김팀장, 우리 임원과 팀장들의 리더십 수준은 어느 정도야?
CEO가 황당한 질문을 한다. “김팀장, 우리 회사의 임원과 팀장들의 리더십 수준은 어느 정도야?” 한번도 리더십 진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김팀장은 “리더십 진단을 통해 타 회사 및 회사 내 집단 비교를 실시한 후 보고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로 돌아왔다. 여러 생각이 오간다. 왜 갑자기 리더십 수준을 알려고 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할까? 외주를 줄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내부 진단기능을 가져갈까? 진단을 실시한 후에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이 정립되지 않고 더욱 복잡해 가기만 한다.
김팀장은 국내 리더십 진단을 하는 컨설팅 회사와 인적성검사 전문업체 몇 곳의 담당자 미팅을 가졌다. 컨설팅 회사의 모델과 항목은 인적성검사 기관의 모델과 항목과 큰 차이가 있었다.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에 문의하였으나 이들은 전부 내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남 자체가 불가능했다. 내부 의견을 듣고 결국 컨설팅 회사의 모델과 항목을 중심으로 회사 맞춤형 리더십 진단을 자체 개발하고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인사팀 내에 Assessment Center 파트를 만들고 임원과 팀장 인사 및 인사전략을 담당하는 최차장을 파트장으로 임명하고 성실하고 기획력이 뛰어난 조대리가 실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3개월이 지난 후 리더십 진단 모델과 항목 및 문항이 완성되었다. 임원에 앞서 팀장들의 리더십 진단을 실시하고, 이들의 3개년 역량평가와 비교했다. 3개년 역량평가 상위 10%에 있는 팀장들의 리더십 진단 결과는 중하위였다. 역량평가 하위 10%인 팀장들의 리더십 진단 결과가 상위 10% 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개인에게 리더십 진단 결과가 공개되자 왜 이런 조사를 하며, 진단 결과의 공정성과 활용에 대한 불만으로 인사팀이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결국 김팀장은 리더십 진단 1년 만에 CEO에게 불려가 왜 쓸데없는 일을 해서 조직과 구성원의 갈등을 조장했냐며 인사가 이렇게 일을 하니 지원부서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는 성과 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다는 질책을 받았다.

리더십 진단 어떻게 해야 하는가?
리더십 진단을 하기에 앞서 진단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
크게 보면 2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진단을 통해 현 조직장에 대한 승진 또는 보직해임을 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진단 모델이나 항목 그리고 문항이 평가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문항은 같은 항목(예를 들어 전략적 의사결정) 속에 있어도 그 비중이 다른 문항이 여럿 섞여 있어 평가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다면평가의 대상자 선정 기준, 비교 대상과 잣대가 분명할 때 평가의 공정성을 가져갈 수 있다.
둘째, 진단이 진단 대상자의 육성에만 영향을 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모델이나 항목은 같을 수 있지만, 문항의 구성과 객관적 서술이 보다 구체적이고 길게 작성되도록 설문을 설계해야 한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본인의 항목별 강점과 보완점을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진단의 대상과 모델(틀) 구성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통상 리더십 진단은 조직장인 임원과 팀장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많은 기업들이 팀장을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본 후 임원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임원의 직책을 고려하여 직책별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임원 리더십 진단 후에 팀장 리더십 진단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대상이 많을 경우에는 임원 후보자나 본부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진단 모델은 회사의 사업 특성, 가치체계와 최고경영층의 의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임원이나 팀장의 역할에 기반한 리더십 모델과 틀이 구축되어야 한다.
임원이나 팀장이 해야 할 역할은 크게 4개의 틀로 바라볼 수가 있다.
첫 번째 틀은 일 관리이다. 이 틀에는 비전과 전략 수립, 목표설정, 과정관리, 성과관리, 코칭과 피드백이 주요 항목으로 구성되고, 각 항목별 3~5개 정도의 문항이 있고 이를 통해 평가 또는 역량 강화 측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 틀은 사람관리이다. 이 틀에는 상사/부하/동료와의 관계정립과 활용, 팀워크, 갈등관리, 소통, 지인관리 등이 주요 항목으로 구성될 수 있다.
세 번째 틀은 변화관리이다. 이 틀에는 변화의 인식, 창의적 사고, 다양성, 선행관리, 잠재 리스크 관리 등이 주요 항목으로 구성될 수 있다.
네 번째 틀은 자기관리이다. 이 틀에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
각 틀마다 동일한 비중으로 가져갈 수도 있지만, 회사의 여건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가져갈 수도 있다.

진단의 방법은 다면평가와 주요 대상자에 대한 집중 인터뷰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다면평가는 상사, 본인, 직원 3~5명이 참여하고, 다면평가의 점수 비중은 상사가 가장 높고, 본인이 그 다음, 직원의 점수 비중은 가장 낮게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전 직장에서는 총 100점 만점에 상사 점수가 50점, 본인 점수가 30점, 직원의 점수 합이 20점으로 하였다.
다면평가 시, 4개의 틀 또는 항목별 강점과 보완점을 반드시 기술하게 하여 설문의 공정성을 높이고 본인에게 보다 명확하게 피드백하는 기초자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진단이 끝나고 활용의 측면에서
첫째, 결과의 공유는 본인에게 피드백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일부 불만이 높은 조직장에 의해 상사에게만 공유하고 당해년도 평가에 활용하는 경향도 있지만, 진단 결과가 본인에게 통보되어 자신이 어느 수준인 가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둘째, 평가의 경우라 해도 육성의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평가의 측면만 강조되면, 진단의 회수가 진행되면 될수록 평가 결과가 관대해지거나 유명무실해져 진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우수/ 저조한 진단 대상자를 선정하여 코칭이 이루어지도록 후속 프로그램을 가져가야 한다.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진단 결과에 소상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셋째, 집단특성을 고려하여, 4개의 틀별 부족한 항목의 임원이나 팀장에 대해서는 전략 세미나를 통해 강화시켜 가고,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임원이나 팀장은 사내 강사로 활용하는 안이 마련되어 실행해 나가면 매우 바람직하다.

리더십 진단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최소한 3년 정도의 개별 및 집단 추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회사 내 Assessment Center를 만들어 전문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S그룹, L그룹, H그룹은 AC를 설치하여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양성하여 그룹 임원에 대한 리더십 진단을 수 년 동안 실시하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은 중요 포지션에 있는 조직장들을 대상으로 명확하게 자신을 인식하게 하고 강점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지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