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동업하라
저 자 : 신용한
(책과 경영) 동업하라
창업에 관한 강의를 나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동업하라!’ 그런데 우리는 동업에 대하여 너무나 부정적이다. 하지만 동업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애플’도 동업으로 시작했고, LG도 동업으로 시작했다.



1995년 파나마에 있을 때였다. 한국의 사무용 가구인 ‘퍼시스 (Fursys)’를 수입하는 두 유태인 청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동업을 하여 회사를 창업하였는 데, 창업자금은 형제인 두 사람의 부모가 도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사업을 잘 할 수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바람직한 형태의 동업이었다. 두 사람이 사촌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역할분담이나 지분분담에 대한 두툼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이 Fursys Panama는 당사자로 보면 사촌지간, 가족으로 보면 형제지간의 동업인 셈이었다. 만일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그들이 30살이 채 안된 나이에 수백만불짜리 비즈니스를 할 수있을까? 유태인들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일들이 아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두번의 실패도 가족이 밀어주고 새로운 시작도 혼자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사람은 동업을 유별하게 싫어할까?’

그러면서 한국사람들의 못된 이기심을 말하면서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한국사람들은 정이 많아서 먼 미래를 같이 갈 사람하고 조그만 사항까지 꼬치꼬치 따져가며 문서화하는 작업을 내심 어려워한다. 그 것은 분명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간다. 그러니 째째하게 계약서같은 것은 필요없다’라는 게 동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형태이고, 동업이 깨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동업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외국에서는 동업을 통한 성공의 사례가 많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동업에 대한 반감내지는 혐오감까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이제는 LS와 GS로 분리된 LG그룹의 경우를 보면 동업이 얼마나 성공적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아주 명백한 사례이다. 구씨가문과 허씨가문의 동업은 한국 제일의 기업을 만들어 놓았지 않은가? 사람들은 구씨와 허씨의 동업이 성공할 수있었던 것은 두 가문의 역할의 분담이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인회와 구자경은 공장을 지키는 일을 했고, 허준구는 넥타이를 메고 영업을 다녔다고 한다. 그런 동업관계는 3대를 이어가다가 창업할 당시 2:1의 지분 그대로 LS와 GS로 나뉠 때도 2:1로 나누었다. 그럼 이들처럼 성공한 동업사업가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할 까? 그건 공감대와 사업에 대한 비전을 나누어야 하고 이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그게 계약서이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많든 적든 대화와 협의를 거치게 된다. 특히 동업자들 사이의 계약서는 공식적인 양식이라는 것조차 없을 정도로 자유롭다. 이는 그만큼 당사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계약서 자체가 조정과 타협, 긍정적 논쟁의 결과물인 것이다. ……. 계약서에는 또 한가지 깊은 의미가 있다. 사업의 청사진을 그려가는 과정이자 동업자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그 것이다. …… (또한 동업계약서는) 자신들이 꿈꾸는 목표를 이루기위해 스토리를 짜는 일이고, 이를 플랜으로 구체화하는 가운데 함께 열심히 달려가자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동업을 통해 비즈니스 인생을 새롭게 개척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 계약서가 없다? 이는 어두운 밤길에 등불도 없이 절벽을 향해 걸어가려는 태도에 다름이 아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통해 글로벌공연제작자로 발돋움을 한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이광호대표도 15년째 동업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출신인 송대표는 처음부터 기획과 제작에만 전념했고, 이대표는 경영, 회계, 관리부문을 맡았다. 이렇듯 각자의 장점을 살려 철저하게 업무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지금도 서로의 분야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식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 이렇게 보면 동업의 핵심은 ‘분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영리하게 분업을 했기에 ‘사업궁합’도 맞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성공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따로 또 같이‘가 동업에서만큼 위력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도 별로 없을 것이다. 역할분담의 중요성은 단순히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 시너지효과가 발휘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철저한 역할 분담자체가 동업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오늘 날 비즈니스의 성공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통상 이 능력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해도 혼자서 이 모든 복잡함에 대처하기란 역부족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보다는 때로 불편하고 복잡할 지라도 파트너와 문제해결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동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동업은 개방, 공유, 협력이라는 글로벌시대 정신과도 맞닿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동업이라는 영리한 해결책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파나마에서 보았던 유태인가문의 자식을 통한 동업은 매우 현명하다. 그건 자금의 분담뿐만 아니라 젊은 사업가들이 빠질 수 있는 여러 가지 함정으로부터 미리 보호할 수있기 때문이다. 내 친구도 젊었을 적에 큰 성공을 맛보았다가 자만심에 실패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도 내가 사업에 투자를 지속할 때 누군가가 옆에서 계속해서 훈수를 해주었다면 난 좀 더 작은 실패를 경험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나는 또 동업자, 사업을 같이 할 만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 나도 욕심을 덜 내고 지분을 그에게 넘기면서 난 영업을 하고 싶다. 영업과 관리를 같이하기에는 알아야 하는 분야와 지식이 매우 다르다. 사장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지만, 그런 부담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는 꼭 이 책을 읽히고 가능한 한 모든 사항을 세세히 적어놓은 계약서 (동업 비전서)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지금까지 ‘필맥스’가 한 10여년의 과정을 보면 이런 동업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다. 바이어는 해외에서 판매하고, 공장은 생산을 하고, 자금과 기획은 내가 하고. 그런데 이제는 핀란드에서도 ‘맨발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 판매 기획으로 이루어지면서 다국적 가족기업 협력체를 지향하는 동업의 형태가 좀더 복잡해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필맥스’라는 이름아래 지속되어온 사업운용 형태를 더 발전시켜 새로운 기업의 모델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게 나의 소망이다. 그리고 새로이 창업하는 사람들이 ‘동업의 잇점’을 좀더 이해해서 창업의 위험을 나누고, 성공의 기회를 늘렸으면 한다. 그런 면에 이 책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