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의 대강당에 300 여명의 학생들이 꽉 들어 찼다. 어른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제주 시민과 학교 교직원들이라고 한다. 학점을 반영하는 학생들의 교양 강좌 프로그램에 외부 사람들도 참석해서 들을 수 있게 했다고 하는 교양과정은 “문화광장”이었다.



문화, 예술, 교양 등의 다채로운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다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듣도록 하면서, 학기 중에는 네 번의 음악과 무용, 연극 등의 공연도 있다고 한다. 인생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쏟아진 폭탄이 나치의 무기실험이었다는 걸 고발하기 위해 “게르니카”를 그리면서 예술가의 철학과 정치력을 설파한 피카소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개그맨이 외국자본을 끌어 들이고 유명 배우들을 섭외하며 대작의 영화를 만든 용기와 도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를 들려 주며 함께 박수를 치게 했다.



이 학교는 부족한 예산을 아껴가면서, 일부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생들의 정서와 감성을 쓰다듬어 줄 과정을 개설하는데 갈등과 충돌도 많았다고 한다. 과정을 진행하는 전문가를 데려와 보다 높은 차원의 강의를 진행하고 탁월한 강사들을 섭외하느라 힘든 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기쁨과 행복의 원천을 알게 해 주고 느끼게 해 주고, 대학생이 지녀야 할 문화와 교양의 수준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대학 정책에 찬사를 보낸다.





최근 지나친 학점 경쟁과 취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 최근 자살하는 학생이 갑자기 많아지고 있다. 이유과 사연은 여러가지이겠지만, 여러 대학교에서 이런 과정을 개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만 하고 경쟁만 하는 대학생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 봉사와 인내, 아름다움과 슬픔 등을 느낄 수 있는 인간으로, 감정과 감성을 자극하고, 교양과 문화수준을 높여 주는 강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어려서부터 윤리와 도덕, 철학과 논리, 글쓰기와 수사학 등을 골고루 배웠더라면 자살도 줄일 수 있을 텐데.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산수와 돈, 권력과 명예만은 아닐 텐데.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아름다움을 느낄 줄도 알고, 옛 성현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일 줄도 알고, 충동적인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인내도 필요한 법이거늘 너무나 단순한 생각으로 하나밖에 모르는 슬픔은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에 다니는 게 너무 힘들면, 일단 휴학부터 하고 좀 쉬었다가, 정 힘들면 다른 대학교로 편입학을 할 수도 있고, 중퇴를 한 후, 다른 직업을 선택해도 좋으련만, 어찌 그렇게 탁월한 청춘들이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어렵게 들어 간 학교를 자퇴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친구들에게도 창피하고, 집안 어른들에게도 볼 낮이 없었겠지만, 이 어찌 죽음보다 더 하겠는가?

유연한 사고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머리만 최고가 아니라 가슴도 따뜻한 포용과 배려의 마음을 가르치는 학교는 있을 수 없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