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자연 그리고 환경 

 



지난해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환경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빙하가 녹아서 해류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이에 따라 대기의 흐름도 바뀌게 된다. 바다의 온도가 달라지면 지금과는 다른 대기의 흐름이 생긴다. 그리고 지구의 가장 큰 자정작용이라 불리는 빙하기가 시작된다. 온도가 높아지고 대기의 흐름이 바뀌면 보통 토네이도나 태풍의 생성이 많아지고 풍속이 강해진다. 그러면 중심부에서는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가 시작된다. 마치 손에 물을 묻히고 선풍기 앞에 가면 손이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리고 그 태풍이 지구를 휩쓸면 빙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기후예측조사센터가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맞춰 ‘불확실성, 위험, 위협적인 기후변화’ 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영화 ‘투모로우’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영국의 해안을 덥히는 멕시코 만류가 차단되면, 10년 내에 겨울 기온이 급강하, 영하 10℃ 아래로 떨어지는 게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 세계가 법석을 떨었던 광우병도 소에게 강제로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 발생 되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식물을 먹도록 진화해온 초식동물에게 농축된 고깃가루와 뼛가루를 첨가한 사료를 먹인 것은 몸무게를 빨리 늘리기 위해서다.




더 나은 효율과 수익을 위해 먹이의 경계선까지 뛰어넘은 인간의 탐욕이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뇌조직이 파괴되는 무서운 질병을 낳은 것이다. 결국 이 재앙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뇌로도 옮겨왔다. 인간광우병이라고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소의 광우병에서 비롯되는지 확실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동물의 잔해로 만든 사료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거쳐 그 고기를 먹은 사람으로 이어지는 고리에 필연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탐욕의 역사 


닐 우드는 그의 저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에서 역사에 기록된 대제국들은 모두 몰락했고, 그 원인은 내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제국의 뼈대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그 주요 원인중의 하나를 탐욕이라고 보았다.




인류사에서 탐욕은 오랫동안 사회통합을 막는 암적인 요소로 여겨왔다. 그러나 18세기 무렵 상황은 뒤바뀌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었던 탐욕이 역사발전의 동력으로 떠받들어졌다. 이제 흉물스런 탐욕이란 맨 얼굴에 화려한 수사가 덧칠되었으니, 그것을 이윤이나 자기이익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권력과 탐욕의 역사>의 저자 필립 지강테스는 탐욕가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인류는 신변안전, 주거문제, 생계유지, 성, 의사표현의 5가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회규범을 만들어왔는데, 이같은 규범을 깨뜨리고 부귀와 권력만을 좇은 ‘큰 손’(Grand Acquisitor)이라는 것이다. 나폴레옹, 히틀러, 스탈린 등이 탐욕가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인간은 과거에 했던 대로 미래에도 행동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투키디데스의 말처럼 인류는 탐욕의 절제를 깨닫지 못할 것인가?



 

탐욕과 CEO




영화 ‘아이로봇’에서는 로봇의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거부하고 이를 숨기는 USR의 CEO 로벗슨이 등장한다. 로벗슨은 로봇의 결함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수석연구원의 요구에 이렇게 답한다.




“로봇이 정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언론에 공개된다고 생각해 봐. 모두 리콜 된다면 손해는 어떻게 할건데. 그 적대감은 어쩌고. 그냥 실수일 뿐이라고 우기면 돼.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로봇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을 다 날려 버릴 셈이야?”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CEO들의 순수했던 야심이 어떻게 탐욕스런 부도덕으로 변질됐을까. 영화에서는 성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원인이라고 묘사한다. 돈과 성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탐욕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5위의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젤라 회장은 “성공한 CEO가 되겠다는 생각은 마약과 같다. 찬사에서 확신, 그리고 왜곡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CEO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시장에서 한번 성공하면 그만큼 성공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성공할수록 더욱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해지고, 되도록이면 쉽고 편한 방법으로 성공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2002년 타임과 CNN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CEO의 도덕과 윤리가‘형편없다’고 응답했다. 비슷한 시기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판에서도 응답자의 21%만이 기업의 리더가 정직하다고 답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한때 미국 석유시장의 97%까지 점유한 독점 기업가이자 최초의 억만장자로 기록된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막대한 부와 함께 탐욕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기록하며 미국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100년에 걸친 끊임없는 사회공헌을 통해 마침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록펠러 2세는 선대에서 부정과 독점으로 이룩한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과 시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바꾸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더딘 일인지를 실증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기업의 첫째 목적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윤 추구이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 중에는 주변의 집단과 개인 모두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공공정신도 포함되어 있다. 원래 콤파니아(compagnia)란 단어도, cum(같이)과 Panis(나눈다)란 라틴어의 합성어로서 '빵을 같이 나누어 먹다'란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업들의 모습은 어떤가. 이윤 추구와 공공의 선이라는 좌우의 날개에 균형을 갖고 있는가.




코콤포터노벨리에서 발표한 ‘기업사회공헌과 명성지수’에 의하면 기업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경영성과 브랜드가치 등 ‘경영전략적 요인’ 이나 이미지관리 등 ‘커뮤니케이션 요인’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비해 비전,철학,사회공헌,리더십 등 ‘정체성 요인’은 많게는 다섯배 이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기업이 매출액 규모나 이익, 광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이 투철한 기업을 존경할 만한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본으로의 회귀와 성찰

 

미국은 7위의 거대기업이던 엔론의 파산으로 회계개혁법(Sarbanes-Oxley Act 사반스 옥슬리법)을 제정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등을 도입해서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분식회계가 있는 경우 기업과 기업의 임직원, 사외이사 등과 함께 공인회계사에게도 연대책임을 묻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관련제도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그 한계는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이웃집에서 창업한 고기집이 처음에는 좋은 고기맛과 양도 푸짐하고 서비스가 좋아서 손님들도 많이 찾아왔다. 매출이 급격하게 오르자 사장은 돈을 더 벌려는 욕심으로 고기의 질과 양도 줄이고 종업원도 줄여 예전보다 못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현재 그 음식점은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고 그래서 폐업상태가 되었다. 탐욕은 인간에게 있어서 늘 커다란 유혹이다.

 

기업과 CEO 그리고 탐욕이라는 주제는 궁극적으로 ‘인간’ 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다시 회귀된다.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최근의 10억 모으기 열풍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누가 ‘10억 광풍’을 선(善)이라고 했는가, 정말 주객이 크게 전도 되었다. 인간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행복이란 각자가 원하는 행복의 모습대로 만들어 가고 달성하며 이런 다양성들이 사회에서 용인되고 이해되는 그런 성숙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10억 광풍’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대중이 아니라 재테크 관련 저술가와 강사라는 말을 들었다.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은 아닐지라도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을 이용하여 소비와 매출을 극대화 하려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웰빙열풍도 웰빙에 대한 철학이나 의미는 사라지고, 상품만 남았다. 기업과 CEO의 탐욕의 정점에는 환경과 자연의 재앙으로 인한 인류의 몰락이라는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다.




기업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고유한 사명과 목적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어느 광풍에도 흔들이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개인들이 공존하는 사회라면 탐욕이라는 단어도 미래에는 생산적인 의미로 전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찰과 반성에서 항상 기본을 돌아 보았으면 한다.

 

다시 희망으로

 

탐욕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너무 아쉽지 않은가. 오랜 세월 고생해서 일으킨 기업이 경영자의 탐욕 때문에 몰락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탐욕은 더 큰 탐욕을 낳고 그래서 기업과 인간성의 파멸을 가져오게 한다. 성서에서 부자는 천국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 한것도 결국은 탐욕의 경계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는 지나온 날들, 종업원들과 그 가족의 미래, 나의 사회적 소명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내가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이상향과 꿈인 파라다이스를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끊임없이 진보한다고  믿고 싶다.




지난 1월에 폐막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05년 지구촌의 우선해결 현안’으로 ‘빈곤,기후변화,교육,평등한 국제화,깨끗한 정치’를 채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CNN 등은 “역대 세계경제포럼이 ‘탐욕은 곧 미덕’이란 분위기였다면 올해에서는 빈곤과 질병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배적 이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탐욕에 대한 칼럼 시리즈를 저와 여러분들에게 화두로 던진 이유는 이 땅의 기업과 그들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진심으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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