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경영) 디퍼런트
Feelmax!

유럽의 발가락양말 업계에서는 유명한 브랜드라고 하지만 아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단지 발가락양말을 신는 사람만 안다. 그런데 거기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맨발신발!’, 그게 뭐야? 신발이면 신발이지 맨발은 또 뭐고, 신발은 또 뭐야? 신발이라는 거야, 아니야? 허어~ 어느 정신없는 장사꾼이 말도 되지 않는 신발을 팔겠다고 헛소리하는 모양이군! 아니 세상에 흔하고 흔한 게 신발이고,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등 길길이 날고 있는 신발브랜드에서도 쏟아져 나오는 게 편하고 가벼운 기능성 신발인 데, ‘맨발신발‘? 말도 안되!



“많은 기업들이 동시에 하나의 카테고리 속으로 몰려드는 경우, 제품확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방식은 다분히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한 카테고리가 이러한 형태로 발전해나가면, 기존에 그 카테고리를 지배햇던 원칙들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나는 이러한 단계를 ‘과잉성숙’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한 카테고리가 과잉성숙의 단계로 접어들면, 초세분화(hyper-segmentation), 과잉확장(hyper-augmentation), 과잉경쟁(hyper-activity)가 함께 나타난다. 과잉성숙단계에 속해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아마도 마음편하게 장사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화라는 개념이 생긴지는 얼마나 되었을까? 기껏해야 40년 남짓이다. 나이키가 와플기계에 고무를 집어넣어 밑창 큐션을 만든 이후라고 보면 별 무리가 없다. 그리고 불과 40년 사이에 모든 사람이 ‘운동화는 이런 것이어야 해!’라는 관념이 콱 박혀있다. 그리고 수많은 회사들과 사람들이 운동화시장에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박’터지는 시장이다. 나름대로 특화를 한다고 하지만, 모두 거기서 거기인 제품들이다. 뭐 달리 세분화하고 틈새시장을 찾기도 어려워졌다. 그런데 내가 그 시장에 뛰어들었다.



개념은 간단하다. ‘신발같지도 않은 신발’

역포지셔닝(reverse-positioning brand)란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아이디어 브랜드를 의미한다. 그들은 기존 브랜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결정을 내린 용기있는 브랜드다. 역브랜드들은 다른 기업들이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를 외친다. 그것도 구차한 변명없이 너무나도 당당하게!. 역브랜드는 기존의 가치들을 없애버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많은 것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들을 세운다. 그리고 부가적인 가치들을 없애고, 핵심적인 가치들로만 조합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모습은 처음에는 낯설고, 때로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 브랜드가 진정한 차별화를 이룰 수있다. 마케팅 속담에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들의 관념이 정해져있을 때 그 관념을 바꾸려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또한 ‘바꿔야 산다’라는 말도 있다. 이미 그 시장에 ‘날고 긴다’는 생산자, 판매자가 날뛰고 있는 데, 그냥 따라가서는 도무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이판사판, 거꾸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게 역발상이다. 마케터들이 좋아하는 그 유명한 ‘역발상!’. 나야 본의아닌 선택이었지만. 그래서 전략은 만들어지기 보다는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다른 유통업자 또는 소비자들이 묻는다.



그 것도 신발이야! 아니, 신발이면 우선 디자인이 예뻐야지, 그리고 그렇게 밑창이 없어서야 키커보이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신겠어? 거기다가 밑창이 너무 없어서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아프고 무릎에도 나쁘겠는 데! 그러니 밑창도 넣어보고 좀 더 두껍게 하는 건 어때?



그럼 난 대답한다, 냅 둬요! 남들과 같으면 내가 뭣하러 이 신발을 팔겠어요.

일탈브랜드(break-away brand) : 소비자들이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지극히 피상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카테고리 평준화 흐름은 브랜드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간다.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다양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평준화의 흐름에 빠진 기업들은 모두 동일한 가치만을 제안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탈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다양성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그동안 가져왔던 고정 관념들이 얼마나 근거없는 것인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경쟁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면 꼭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 ‘배짱장사하겠다는 데, 정말 그럴 수있어? 그 신발을 신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게 배짱장사의 특징이다. 신을 사람은 신고, 말 사람은 말아라!

적대브랜드란 소비자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이다. 그들은 고객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기는커녕, 손님들을 문전박대한다. 그리고 마케팅 교과서를 펼쳐들고, 거기에 적힌 내용들을 모조리 거꾸로 실천한다. 이러한 점에서 적대브랜드의 마케팅을 ‘안티마케팅’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한 적대브랜드가 등장해서 고집스런 자세로 밀고 나갈 때, 시장에서는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제품들을 구매할 때, 우리는 그리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소비자라라고 하는 군중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히트를 치고, 가장 무난한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아무도 우리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 적대 브랜드들은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비균형적 그리고 비대칭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문화를 비균형적 그리고 비대칭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기존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을 군중의 일부로 숨겨주는 역할을 했다면, 적대 브랜드들은 개성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차피 필맥스 맨발신발은 모든 사람이 항상 신을 만한 신발은 아니다. 난 아주 작은틈새시장만을 노릴 뿐이다. 대한민국 단 1%면 족하다. 난 겸손한 걸 좋아한다. 그래도 4000만명의 1%로면 40만켤레이다.



필맥스의 맨발신발은 일단 신발의 기능을 부정한다. 신발의 충격완화를 부정하고, 신발의 인체보호, 인위적인 보행자세를 거부한다. 발가락양말은 무좀양말이기를 거부하고 뒤꿈치가 있어야 하고, 저렴해야 한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필맥스 발가락양말은 패션 그 자체이고, 한 켤레 4만원짜리도 있는 고가양말이다. 역브랜드의 전형이다. 또한 신발에서의 일반적인 카테고리에 속하지도 않는다. 워킹화같기도 하고, 일상화같기도 하고, 트레킹화같기도하고, 그러면서 혈액순환이나 관절염등에 권할 수 있다. 도대체 운동화야 뭐야! 일탈브랜드의 전형이다. 신발같지도 않은 신발. 필맥스는 또한 소비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마케팅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항상 필맥스는 ‘Feel’이 통하는 소비자와 만난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Feelmax는 Feel-max (느낌을 최대한으로)이다. 우리의 ’맨발신발, ‘화려한 발가락양말‘을 신으려면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뒤지고, 왜 신어야하는 지를 공부하여야 한다. 적대브랜드처럼 문적박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보통의 마케팅처럼 친절하지도 않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필맥스 맨발신발을 그대로 설명하는 책이다. 곁에 항상 두고 읽으면서 지금의 마케팅 정책을 더 확고히해야 겠다. 그러다보면 맨발신발이 운동화보다 더 보편적인 신발이 될 날이 올 것이다. 마치 얼마전까지 우리가 신었던 고무신처럼.



그림 일부 출처 : http://ggdo.com/3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