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증시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식시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고를 통해 “금융시장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의 시기를 지나 향후 6~12개월 이내에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스펀은 “미국 은행들의 부실상각 추이를 고려할 때 이미 투입된 2500억달러 외에 추가로 2500억달러가량이 더 들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을 14% 정도로 올려야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은 금융시장의 회복 과정을 도울 것”이라며 “전통적인 경기부양책보다 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린스펀은 하지만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일시적인 수단”이라며 “궁극적으로 올 들어 30조달러가 증발된 글로벌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찾아 은행에 필요한 자본을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2006년 1월 FRB 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와 도이체방크 등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한편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20년간 지휘하며 ‘마에스트로'(거장) ‘경제 대통령’이란 칭호를 받았지만 지난 10월 미 하원 청문회에 참석,”규제를 멀리했던 나의 시장경제 이론에 허점이 있었다”며 금융위기에 일부 책임이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기사원문보기



책 제목 : 그린스펀 버블

저자 : 윌리엄 플렉켄스타인, 프레드릭 쉬헨

컴퓨터 혁명, 금융혁신, 무역과 투자의 세계화는 그린스퍼펀에게 한없이 밝은 미래의 약속이었다. 그린스펀은 걱정하지 말라고 미국을 안심시켰고, 월가는 그 말에 열광적인 동의를 표했다. 미래는 밝게만 보였다. 새로 찍은 달러와 낮은 이자율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켰다.

하지만 지난 몇 년동안 당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 지 생각해보라. 그린스펀의 결정이 당신의 주식과 퇴직연금과 주택 대출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그린스펀의 시대를 지나온 지금, 앞으로 당신의 형편은 더 나아질 것인가 아니면 훨씬 더 나빠질 것인가?

그린스펀은 지속적으로 너무 낮은 금리를 설정했고, 그에 따라 생긴 위기를 다시 너무 낮은 금리로 해결해왔다. 그 결과 그린스펀의 재임기간동안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는 연달아 버블이 형성되었다. 이 두 거대한 버블사이의 간격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그린스펀이 연준의장을 맡기 전에는 1979년과 1980년 초에 잠시 상품과 귀금속 시장이 과열된 때를 제외하고 50년 이상 한 번도 버블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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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을 읽고 과연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았다. 중앙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인플레이션의 방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국 연방은행은 그런 역할에서 상당히 멀었다. 2007년 말까지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1조달러에 달하는 데, 그 만한 적자를 감당할 수있었던 것은 미국이 세계경제를 제조업위주의 실물경제로 이끌어 간 것이 아닌, 금융업위주의 화폐경제로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제조업은 ‘화폐인쇄업’이라는 말을 듣는다. 중앙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의 정반대의 일로서 세계 경제를 이끌었고, 그럼으로써 그는 칭송을 받았다. 문제는 미국이 앞으로도 열심히 달러를 찍어내기는 하겠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이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같다. 왜냐하면 이미 달러는 너무 많기 때문에 더 찍어낸다고 해서 이전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돈을 불태우고, 화폐개혁을 했던 경험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다.

그리고 과연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지도 의심이 들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판을 받는 선거로서 자신들의 권력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지만, 중앙은행은 그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누구의 심판도 받지 않는다. 게다가 중앙은행이 경제세력(금융부분 또는 실물부분)으로부터 중립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들 역시 금융산업의 일부로 결정적인 순간에는 금융부분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그린스펀은 20년동안이나 거의 독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는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다.

이 책은 그린스펀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이다. 그가 경제권력을 지니고 있었던 19년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바꾸지 않았고, 그가 옳았다고 했던 일을 19년동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블의 위기를 말했지만, 그는 버블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고, 그 버블이 터져야만 버블임을 알 수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연방은행은 경기후퇴를 믿을 만하게 예고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가 대답하기 어려울 때마다 그는 ‘불가피한 무지’를 핑계로 삼았던 것이다. 만일 그가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면 그런 일이 있을 수있었을까? 내가 보기에 그린스펀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국 경제, 특히 금융의 시스템의 문제였던 것이다. 돈이 모자라면 찍어내면 되고, 그래도 모자라면 외국에서 얼마든지 자기네 나라 돈으로 빌릴 수있어서 문제를 연장해왔던 그린스펀의 경제가 19년간이나 지속되었던 경제적 독재 시스템말이다.

그가 이끌던 19년동안 미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조업인 ‘화폐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하여는, 30조달러가 증발된 글로벌 주식시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미 금융시장의 여파로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 바 실물경제의 위기이다. 19년동안의 그 막강한 권좌에 있었지만 실물경제의 중요성을 이제야 알았나 보다.

그린스펀의 시대(1987-2006)에는 전 세계 경제가 그의 말을 따랐다. 비록 지금은 그의 시대가 아니지만,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그의 말대로 내년에는 회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