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세계 최대 해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회장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이었다. 그는 12세 때부터 골프장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하바드대 MBA를 나와 회사를 차린 뒤 승승장구를 했다. 그의 자신감은 1970년대 말 개도국 채무위기를 예측할 때 극에 달했다.


  그의 예측대로 1982년 멕시코는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주목을 받게 된 그는 “경제는 지금 위기 상태이며 거의 붕괴 직전입니다.” 라고 의회 청문회에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예측은 일부만 맞았다. 미 연준이 통화 공급을 늘리면서 증시는 오히려 급등했고, 미국 경제도 그 뒤 18년에 걸처 성장을 이어갔다. 예측이 틀린 결과로 그는 거의 파산했고 모든 직원을 내보냈다.

  인생 최대의 좌절을 겪은 그는 <내가 옳아>라고 생각하는 대신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 결정이 옳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여기에 하나의 예화가 있다. 이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안된 직원이 달리오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회의에 레이 당신이 한 발표에 D마이너스를 드릴께요. 회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더군요“ 놀라운 건 이런 피드백을 받고도 달리오 회장는 오히려 기뻐했다는 것이다.  상기 내용은 이지훈 교수가 지은 더 메시지(The Message)에 소개된 것이다

  요즘 조직 내에서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3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나는 겸손하고 진솔한 사람인가? 에서 출발해야 한다. 겸손은 자신의 자만심을 경계하게 하고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직한 태도다.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다. 따라서 겸손한 사람은 늘 자신이 부족함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는 사람이고, 진솔한 사람으로서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겸손하고 진솔한 사람에게 적(敵)이 있겠는가? 이들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이러한 겸손과 진솔함은 조직운영에 있어 리더가 가져야할 덕목이다. 조엘 피터슨 스탠포드대 교수는 리더의 진실성이 신뢰도 높은 조직을 만드는 필수요소라 했다. 그는 신뢰받는 경영을 위한 방법으로 7가지를 제시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큰 목표를 세워라▪권한을 위임하라▪조건 없이 경청하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솔선수범하라▪잘못했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라▪모든 직급의 직원들에게 겸손하라. 리더의 이러한 행동은 구성원들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신뢰의 조직문화 차원에게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옳은지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피드백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판받기 싫어한다. 더욱이 평상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은 대화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는데 인색하고 또 거부하는 특성도 있다. 누구나 성공도 하지만 실패도 한다. 그들은 어떨 때 실수하거나 실패할까요? 과거의 성공경험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된다.이 때 상대방의 피드백을 듣지 않고 과신으로 일을 그르치게 된다. 특히 자신이 약한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사람들의 객관적인 피드백은 소중한 선물(present)임을 기억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는 내가 항상 옳다고 믿느냐 아니냐는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경영은 계속되는 의사결정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사안에 따라 조직의 미래에 치명적이다. 리더 자신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지 않으면 조직구성원의 진솔한 의견 들을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리더에게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리더의 의견에 노(No)라고 말하고 비판하는 것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하고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는 비결이다. 이렇게 하면 일방적이고 잘못된 결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경영은 불확실한 미래와 전쟁이라 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리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항상 옳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아는 전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는 소크라테스 이야기와 그의 질문 대화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는 달리오 회장의 생각이 그와 그의 회사의 도약을 가져다 준 것처럼.  그는 재산의 반을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등 자선사업가로도 유명하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