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농촌에서 벌판에서 산으로, 논밭에서 강으로 돌아 다니며 자유를 만끽하며 자랄 때였습니다.



넓은 들판에 석양이 낮게 깔리고, 논밭에서 소를 몰고 돌아 오실 아버지를 기다리며, 부엌 가마솥에 쇠죽(소가 먹는 죽, 풀과 콩, 두부, 밥 찌꺼기 등을 섞어 끓임)을 끓입니다.



부지깽이로 불장난을 하다가, 잔불 속에 집어 넣은 고구마와 감자를 새까맣게 태우기 일쑤였습니다. 부뚜막엔 라디오를 올려 놓고 가요를 들으며 흥얼거렸습니다. 들판에서 풀을 뜯다가 돌아 온 송아지는 빨리 밥을 달라고 “음~메, 음~메” 울부짖지만, 마당도 쓸고 마루를 치우느라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로 어른들께 꾸중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즐겨 듣던 음악은 배호, 나훈아, 이미자, 펄시스터즈, 김추자 등의 대중가요가 전부였습니다. 우리 나라 가요사에 다시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가수 이미자씨께서는 올해 63세이신데 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요 45년 기념음악회를 하셨다고 합니다. 가요 50년사, 가요 60년사를 계속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2~3학년의 연령으로는 맞지 않을 노래들이었지만, 그 때 그곳의 환경에서는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조차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렇게 자라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도 하고, 혼자 자취도 하고, 하숙도 하면서 늘 고향 친구들 생각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외로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TV를 혼자 볼 수 없는 상황인 그 때, 라디오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습니다. FM 채널에서는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요를 듣다가 흥얼거리며 팝송을 따라하고, 그런 과정에서 영화음악을 좋아하게 됩니다. 영화에 삽입된 Semi-Classic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변화되어 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대학 입시 준비를 할 때 즈음엔 바이올린 협주곡, 클라리넷 5중주, 무반주 첼로 독주 등으로 듣고 싶은 음악이 바뀌어 갔습니다. 때로는 1시간씩 연주되는 베에토벤의 장엄한 음악도 듣다가, 하이든의 경쾌한 음악도 들으며 그들의 삶과 느낌에 관심도 갖게 되었습니다.





70년대 말,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저 자신도, CD와 MP3로 편리하게 음악을 듣는 요즘 세대를 보면 신기합니다. 문명의 이기(利器)에 가볍고 단순함, 편리함을 선택하는 즐거움에 빠져 요즘 젊은이들은 30분~1시간씩 연주되는 클래식(Classical Music)의 멋을 즐기지 못할까 괜한 걱정도 해 봅니다.



요즘도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고민과 갈등에 휩싸일 때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맨델스죤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듣습니다. 아픈 머리가 씻은 듯이 나아지면서 새로운 힘이 생깁니다.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전축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혼자 들으며 글을 쓰는 기쁨은 경험해 보아야 알 수 있지요. 오랫동안 음악을 듣지 않으면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들고, 뭔가 잃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것도 중독의 일종이겠지요.



분명한 것은 음악으로 병을 치료하고, 음악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우동 반죽을 할 때 하프협주곡을 들려 줍니다. 효소의 발효를 돕는다고 합니다. 과수원에 하이든의 “아침”이나 “종달새” 틀어 놓습니다. 사과가 빛이 나고, 맛이 좋고 병충해에 강하다고 합니다. 돼지에겐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나 슈베르트의 “숭어”를 들려 줍니다. 그래서 제가 소주를 마실 때 곁들이는 삼겹살이 부드럽고 맛있다고 합니다.



하물며, 생각하고 느끼며, 말하고 들을 줄 아는 인간에겐 어떤 효과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70~80년 대에 유명하셨던 영화평론가, 정 영 일 선생님의 “음악 장르별 효과”를 첨부와 같이 올려 놓습니다. 자살하고 싶을 때, 우울해서 소화가 되지 않을 때, 피부에 뭐가 자꾸 생기면서 거칠어질 때, 분노가 가득 찰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의 종류입니다. 물론, 듣는 이에 따라 그 적용 음악의 장르와 효과는 다를 수 있겠지요.



시끄럽고 잡다한 TV를 끄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던지, 글을 쓰던지 해 보세요. 삶의 품질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멋진 클래식 한 곡 들어 보실래요? 돈 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