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은 거들 뿐…시속 50㎞의 질주, 온몸으로 느껴봐
파도 없이 파도를 타는 스포츠, 바로 카이트보딩이다. 카이트보딩은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핑을 즐기기 위해 탄생한 해양 레포츠다. 카이트 서핑 또는 플라이 서핑이라고도 불린다. 카이트보딩의 역사는 1970년대 시작됐다. 당시 카이트를 이용해 수상스키를 끄는 모습이나 윈드서핑 보드를 끄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다.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레포츠지만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형태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전후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괴짜 억만장자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이 카이트서핑 마니아로 알려졌다.

카이트보딩을 하기 위해선 우선 카이트, 보드 그리고 하네스가 필요하다. 카이트(연)는 바람의 추진력(풍력)을 이용해 우리의 몸을 끌어준다. 그 추진력을 발에 신은 보드가 운동에너지로 바꿔준다. 멀리서 카이트보딩을 즐기는 서퍼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저렇게 타면 팔이 안 아프냐”는 것.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니요”다. 그 이유는 허리에 차는 하네스가 서퍼와 카이트를 연결하기 때문이다. 팔은 방향과 속도 조절에만 사용한다. 말 그대로 ‘두 팔은 거들뿐’이다. 카이트의 추진력은 100㎏이 넘는 성인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 이 힘이 오롯이 허리에 연결된 하네스에 전달된다.

카이트는 포일 카이트와 LEI(leading edge inflatable) 카이트로 나뉜다. 포일 카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낙하산이나 패러글라이딩용 카이트와 같은 구조다. 약한 바람에도 강력한 힘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물에 떨어졌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카이트가 LEI 카이트인데 연의 구조를 만드는 연의 살에 해당하는 부분에 실리콘 튜브를 삽입해 바람을 불어넣음으로써 카이트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보딩 중 카이트가 물에 떨어지더라도 쉽게 다시 뜨는 ‘리론칭(re-launching)’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위급 상황 땐 스스로 구조하는 ‘셀프 레스큐(self rescue)’용 튜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드는 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인 트윈팁 보드는 양방향 보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웨이크 보드와 모양이 비슷한데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카이트 보딩에 적합한 형태로 제작된다. 서핑보드를 이용해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최근에는 카이트보딩용 하이드로포일(hydrofoil·수중익선) 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한국에 처음으로 카이트보딩이 소개된 건 2000년이고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 즈음이다. 서울의 뚝섬, 부산 다대포 그리고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카이트보딩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생소한 익스트림 스포츠.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호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비인기 레포츠였던 카이트보딩은 전문 스포츠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포일카이트와 하이드로포일 보드로 정해진 코스를 겨루는 ‘포뮬러 카이트’ 종목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다만 익스트림 스포츠인 만큼 전문강사의 지도를 통해 입문하는 것이 필수다. 보통 4일 정도 강습을 마치면 혼자 카이트를 조종하면서 보딩 연습을 할 수 있다. 강습 기간에 바람을 보는 방법, 연을 띄우고 조종하는 방법 및 보딩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우고, 위급상황 대처법을 중점적으로 익힌다. 물론 4일간의 강습은 자전거로 치면 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정도다.

카이트보딩이 익숙해지면 바람이 강한 날은 시속 50㎞ 이상 속도로 바다를 달릴 수 있고, 10m 이상 높이로 점프도 가능하다. 카이트보딩의 최대 장점은 사계절 즐길 수 있다는 것. 올여름 해양 레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카이트보딩에 입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한보름 포항카이트서핑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