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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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태권도의 간판스타이자 세계 랭킹 1위인 이대훈(29·대전시청)이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훈은 25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 슈아이에게 15-17로 져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이대훈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수생활은 끝났다. 이제 다 마무리 할 것"이라며 깜짝 은퇴를 발표했다.

이대훈은 취재진에게 "앞으로 공부하면서 트레이닝 쪽 지식을 쌓을 것"이라며 "좋은 선수를 육성하면서 계속 공부하면서 살고 싶다.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대훈은 이번 경기를 끝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훈은 한국 태권도를 대표하던 선수다. 현재 남자 68㎏급에서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올림픽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첫판부터 패배를 기록했고 우여곡절 끝에 올라간 동메달전에서도 패배하면서 노메달에 그치게 됐다.

이대훈은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아시안게임 등을 휩쓸면서 국제무대서만 총 21개의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이번까지 세번이나 출전한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58㎏급에 출전한 런던 대회에서는 은메달, 68㎏급에 나선 리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이번 올림픽 또한 메달을 걸지 못했다.
태권도 국가대표팀 이대훈. 사진=연합뉴스
태권도 국가대표팀 이대훈. 사진=연합뉴스
이대훈은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이 1경기(16강)만 보고 실망하셨을 텐데 패자부활전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허무하게 끝날 뻔했던 선수 생활을 좀 더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이대훈은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에 올림픽이 열렸으면 가볍게 올해 전국체전까지 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1년 미뤄지면서 계획이 달라졌다"며 "잘해 보자고 가족이나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번 은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기는 했지만, 충동적이거나 즉흥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올림픽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대훈은 "내가 올림픽 하나만 못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며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다음 대회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버거울 것 같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11년 동안 줄곧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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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생활 되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이대훈은 "고3 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라면서 "앞으로 10년 후가 된다면 이번 도쿄올림픽도 많이 기억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을 향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가족들이 나보다 더 긴장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메달 하나 들고 간다고 했는데 죄송하다. 이 마음을 가족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에게도 같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