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를 향해 '고맙다'는 자막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트위터
MBC가 자책골을 넣은 루마니아 선수를 향해 '고맙다'는 자막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트위터
MBC가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경기 도중 사용한 자막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개회식을 중계하며 부적절한 이미지와 사진을 사용해 한 차례 사과를 했던 터라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 25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올린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를 중계했다.

논란이 된 자막은 전반전을 마친 후 중간 광고가 송출되던 중 등장했다. 당시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로 한국이 1대 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MBC는 광고 화면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상대팀을 조롱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나라 소개 사진에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달아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대표팀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이미지를 붙였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인 7단계로 분류된 사상 최악의 폭발 사고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곳이지만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아이티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고 설명했고, 마셜제도에는 '1200여 개의 섬들로 구성,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표현해 무례하고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각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한 이미지 또한 올림픽과는 무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설명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초밥, 이탈리아 피자,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노르웨이 연어, 멕시코 타코 등이다. 루마니아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드라큘라 이미지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MBC는 방송 말미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 이 밖에 국가 소개에서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4일에도 입장문을 내고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MBC는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