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개막식 입장하는 '차이니스 타이베이'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 입장하는 '차이니스 타이베이'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일본 공영방송 NHK 앵커가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대만을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가 아닌 '타이완'이라고 언급해 중국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간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운 중국의 반대로 국제 무대에서는 타이완이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명식을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도쿄올림픽 개막 당시 대만 선수단이 입장하자 장내에는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소개 음성이 울려 펴졌다. NHK 방송 화면에서도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자막이 나갔다. 그러나 정작 NHK 앵커가 이를 중계하면서 대만을 '타이완(たいわん·대만)'이라고 지칭한 것.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NHK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됐고 중국 환구시보는 이날 급기야 사설을 내고 NHK의 '타이완 언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며 "올림픽은 성스러운 무대로 모든 더러운 속임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HK 앵커의 '타이완' 언급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중국에서는 일본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만은 NHK의 '타이완' 언급에 기뻐하는 눈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NHK의 개막식 중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얼마나 큰 도전이 있다 해도 스포츠의 힘, 올림픽의 가치를 흔들 수는 없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주최국에 일본에 감사한다"는 글을 썼다. 대만 내에서는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굴욕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대만에서는 도쿄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나가자는 국민 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해당 투표는 반대표가 더 많아 결국 부결됐다.

대만은 국호인 '중화민국'이나 '타이완'이라는 이름으로 국제스포츠대회,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 무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