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는 열심히 응원해준 소년 팬에게 결승전 라켓 선물
시상식서 화난 표정 치치파스, 결승 직전 조모상 '아, 할머니!'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 시상식에 나온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그리스)의 얼굴은 유난히 굳은 표정이었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치치파스는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상대로 먼저 1, 2세트를 따내고도 3∼5세트를 내줘 2-3(7-6<8-6> 6-2 3-6 2-6 4-6)으로 역전패했다.

다 잡았던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이 4시간 11분 접전 끝에 수포로 돌아갔다고는 해도 치치파스의 표정은 너무나도 어두웠다.

패배의 아픔이 크더라도 어느 정도 미소를 지으며 우승자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인 시상식 광경이지만 스테파노스의 표정은 화가 난 것처럼 굳어 있었고, 눈동자에 초점조차 사라진 듯했다.

코트 위에서 인사말을 할 때도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스테파노스는 시상식이 끝난 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결승전 시작 5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늘 나의 모습은 할머니가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자신의 표정이 유독 어두웠던 이유를 공개했다.

1998년생 치치파스는 "우승 트로피를 들고, 승리를 축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이날 경기 패배보다 할머니와의 이별에 대한 슬픔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시상식서 화난 표정 치치파스, 결승 직전 조모상 '아, 할머니!'
승자 조코비치는 관중석의 소년 팬에게 결승전에서 쓴 라켓을 선물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라켓을 관중석의 소년 팬에게 건넸는데 경기 후 "내가 0-2로 지고 있을 때 내게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며 "예를 들어 서브 게임을 잘 지키라거나, 상대 백핸드를 공략하라는 식으로 코치를 해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코비치는 "매우 유쾌한 일이었고, 나를 응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라켓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4시간 11분간 벌어진 조코비치와 치치파스의 치열한 혈투에는 오직 '승리와 패배'만 있는 줄 알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이들이 공개한 코트 밖 이야기에는 이런 아픔과 감사의 마음이 함께 했다.

치치파스는 "인생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혼자 또는 누구와 함께 매 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