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가 9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거둔 성적은 3언더파 68타. 그의 이름값을 고려할 때 빼어난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잖은 비용을 들인, 값진 성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비행기로 왕복 6시간이 넘는 거리를 하루 만에 오가며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디섐보는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 할로 클럽(파71·7521야드)에서 열린 3라운드가 끝난 뒤 “1600㎞ 떨어진 텍사스주 댈러스 집에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전날 2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를 쳐 이틀 합계 2오버파를 적어낸 뒤 커트 탈락을 확신하고 자가용 비행기로 댈러스 자택으로 돌아갔던 것. 하지만 집에 도착한 뒤 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커트 통과 기준 타수가 자신이 예상한 1오버파가 아니라 2오버파였던 것이다.

디섐보는 대회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급하게 자가용 비행기 조종사에게 연락했지만 야간 비행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다른 조종사와 연락이 닿았다. 3라운드가 열리는 토요일 새벽 2시45분 부랴부랴 댈러스공항을 이륙했다. 디섐보가 샬럿공항에 내린 시간은 오전 6시20분. 퀘일 할로 클럽에는 오전 7시50분에 도착했다.

오전 8시10분인 티타임을 가까스로 맞춘 디섐보는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3라운드 경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전날보다 좋은 성적을 내면서 공동 2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쉬운 하루가 아니었다”면서도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는 이날 3언더파를 기록해 중간합계 7언더파 206타로 게리 우들랜드(37·미국)와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선두 키스 미첼(29·미국)을 2타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등에서 커트 탈락하면서 세계랭킹이 15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살아나면서 우승 경쟁에 가세하게 됐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린 퀘일 할로에 좋은 기억이 있어 최종 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매킬로이는 2010년 퀘일 할로에서 PGA투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2015년 한 번 더 우승했다. 이를 비롯해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 아홉 번 출전해 두 차례 우승과 준우승 한 번을 포함, 일곱 번이나 톱10에 든 바 있다.

조수영 기자